조선시대 지방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넘었다는 남태령 고개에 올라서면 저멀리 서울대공원 옆에 웅장한 우주선 형상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총 45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11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이다. 이제 외장 공사를 완료하고 내장공사를 진행 중인데 6월부터는 전시물을 들여올 계획이다.
과천과학관의 규모는 부지면적 24만3970㎡, 전시면적 4만9050㎡로 해외 유명 과학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수준의 과학관을 갖게 되면서 과학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한층 많아졌다는 점에서 가슴 설레는 일이다.
과학관은 IT·항공우주·생명공학·로봇체험관 등 첨단 연구 성과물들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첨단기술관’, 기초과학에 관련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기초과학관’,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탐구체험관’, 지구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여주는 ‘자연사관’, 해시계·자격루·한의학 등 우리나라 전통과학을 보여주는 ‘전통과학관’, 생태체험 학습장인 ‘옥외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옥외전시관은 생태연못·야생화원·자원식물원·수목원으로 조성돼 자연과 더불어 휴식할 수 있는 생태공원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윤대수 국립과학관추진기획단장은 “새로 짓는 것이므로 전시물도 첨단 제품 위주로 구성될 것”이라며 “아울러 체험하고 즐기는 체험위주 과학관으로 꾸며 연간 200만명 가량이 찾는 명소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의 과학관은 이제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체험위주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영국의 ‘런던자연사박물관’이나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 일본의 ‘미래과학관’ 등은 생생한 과학연구의 현장을 일반인에게 보여주고 학교 교육에서 얻지 못하는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박물관 내용을 더욱 강조한다. 박물관 외형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하드웨어라면 박물관 속은 그 전시 내용이 어떻게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다. 박물관 전시물에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일수록 전시관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늘 찾아가서 새로운 과학이야기를 듣고 체험하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과천과학관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랐다. 첨단기술관에는 다양한 대기상황에 다른 조종바의 반동력을 구현함으로써 실제와 같은 조종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고정익기 및 회전익기 시뮬레이터가 설치된다. 또 기초과학관에는 전기유도에 의한 전기방전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테슬라코일’, 태풍및 지진을 간접 체험하는 태풍 및 지진 체험실을 구성해 어린이들이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과학관추진기획단의 김홍진 기획과장은 “과학관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한 번 보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수시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과학관은 지난해 4월 현재 59개로 인구 기준으로 OECD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약 8분의 1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950여 개, 800여 개의 과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방 테마과학관을 포함해 과학관 100개를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