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5년 결산](4)신정장동력인가, 거품인가

u-IT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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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번째 3세대 이동통신(IMT2000)이 국제표준인데다 4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 245개 통신업체가 올해에만 30억9600만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측(IDC)되는 게 과연 거품일까요?”(정부 고위 관계자 A)

 “정부가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 서비스 상용화를 종용하면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 투자까지 몰아쳤습니다. 국내 시장조차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으니 거품론이 고개를 드는 겁니다.”(통신업체 관계자 B)

참여정부 IT 정책 대표성과인 ‘와이브로’를 둘러싼 설전이다. 참여정부 IT 정책성과에 대해서 두 가지 시각이 교차한다. IT839 전략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정책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우호적 평가부터 단기 과제를 묶어 포장만 했으며, 성과가 부실하다는 극단적인 평가가 맞물린다.

A는 “첨단 IT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앞에 나서 ‘열 개에 투자했으니 열 개 모두 열매를 맺었어야 했다’고 강변하는 모양새니 그저 허탈할 뿐”이라며 “그동안 이룬 성과를 잘 활용해 새로운 발전을 꾀할 기술·산업·시장 전략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연구개발자들이 와이브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 인터넷(IP)TV, 디지털TV 등 될 성 부른 IT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집중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성과를 냈다”며 “보수적으로 예측하더라도 오는 2012년까지 와이브로만으로 14조원대 생산유발효과, 7조원대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예측(한국전자통신연구원)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정책 예찬론자들은 이 같은 예측에 근거, 참여정부의 IT 신성장동력 발굴성과를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꾀할 때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정부가 지원(정보통신진흥기금)한 IT 연구개발 생산성(투자액 대비 기술료 수입)이 ‘10%’로 미국(4.8%)이나 유럽연합(3.5%)에 앞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동안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연구개발한 성과의 기술료 수입이 297억원(03년)에서 588억원(07년)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523억원(07년 기준)이 IT 신성장동력 발굴사업인 ‘IT839’를 통해 거둔 성과다.

정보통신진흥기금 관리기관인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관계자는 “정부 연구개발예산의 8%에 불과한 IT 분야 투자로 국내 전체 기술료 수입의 67.3%를 책임진다”며 “지원 확대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중심점에 IT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는 “참여정부가 펼친 와이브로를 비롯한 IT 선진화 노력을 헐뜯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국내 와이브로 서비스에 음성통화기능이 제외된 것처럼 정책적 목적과 판단에 따라 시장에 반하는 결과들이 도출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통신사업자들로 하여금 와이브로 투자를 종용했으되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WCDMA와 충돌하지 않도록 음성통화기능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KT·SK텔레콤과 같은 사업자들이 WCDMA와 와이브로를 모두 떠안는 형국이 됐다고 풀어냈다.

 B는 또 “DMB도 위성 서비스와 지상파 서비스 관련 규제가 예측 범위를 벗어나면서 국내 시장 침체는 물론이고 사업자 적자 누적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이브로와 DMB를 제외한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RFID 등 다른 과제는 기업으로부터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모아 놓은 백화점식 전략”이라는 혹평도 받고 있다.

 참여정부 IT정책은 IT산업을 경제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 IT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IT가 범용화하면서, 다른 부처들과 영역다툼을 벌였고, 결국 부처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이한 점은 참여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시 ‘세계 일류 U-코리아 구현’을 192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디지털 인프라를 발판으로 삼아 콘텐츠를 개발해 IT 활용도를 높이고, ‘유비쿼터스(U)-보건·의료·교육·도시’ 등 유관 서비스와 산업에 접목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도, IT산업의 성장동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나누고 참여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도시를 건설해 이른바 ‘U-라이프’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의 밑거름에는 ‘IT839로 이룬 성과’가 자리 잡고 있다.

◆­진대제 전 장관 제언- "CIO 만들어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IT839’로 대표하는 참여정부의 IT정책의 기획자이자, 실천가였다. 참여정부 평가 특집을 준비하는 과정에 진 전 장관이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참여정부의 IT정책 비판에 대해 자신의 뜻을 밝히고 싶다는 것이 요지였다. 진대제 전 장관이 입을 열었다.

 “국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필요합니다.”

 진 전 장관의 첫마디였다. 이명박 정부에게 던진 첫 번째 IT정책 제언인 셈이다. “정통부를 폐지하고 권한을 여러 부처로 나누겠다는데 오히려 부처 간 충돌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며 “부처 간 싸움이 불가능하도록 강력한 통솔력을 발휘하는 권한(CIO)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가 CIO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통하지 않았고,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제안했지만 IT 관련 이해도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며 “(이명박 정부가) 단순히 ‘지식경제’로 간다는 것만 알고 IT 정책을 구체화할 줄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나노기술(NT)·생명공학기술(BT)·정보기술(IT)이 융합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무엇을 찍어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문제고, IT 아키텍처와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제대로 정책을 마련해 펼칠 수 있을 텐데(인수위에) 아무리 설명해도 먹혀들지 않았다”며 “IT 관련 정부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 전 장관이 말하는 IT 관련 정부 역할론은 ‘촉매제’다. “급변하는 IT 가치순환 고리를 잘 반영한 ‘IT839’와 같은 정책을 수립하되 실질적인 일을 기업이 맡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와이브로(WiBro)’ 개발비 정도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지원한 뒤 삼성전자·인텔 등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KT·스프린트 통신사업자가 상용화에 나선 것처럼 밸류체인을 묶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전 장관은 이 같은 흐름의 바탕으로 “정부가 가진 규제 기능이 통신사업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와이브로와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IT839’처럼 8개 서비스를 시작하면 9개 동력이 자동으로 발전하는 구조와 같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며 “서비스를 먼저 창출해야 기술과 장비 개발이 촉진되고 수출이 가능해진다”고 풀어냈다.

 진 전 장관은 “산업자원부가 디지털TV 등에 직접 돈을 투입하는 것과 ‘IT839’는 근본 취지가 다르다”며 “지식경제부가 IT 발전을 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송도에 ‘IT 클러스터’를 만들어 초기 시장을 만들고 ‘누리꿈스퀘어’를 세워 소프트웨어 산업을 촉진할 거점을 마련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와이브로는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 습관(고정형→이동형)을 바꾸는 것”이라며 “와이브로와 같은 저변 가치(언더라인 밸류)를 찾기 위한 발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IT839 추진 성과

 지난 2003년 IT 신성장동력 창출을 목표로 수립한 ‘IT839’ 전략은 2006년 ‘u-IT839’로 고도화하면서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통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IT839 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국제표준특허 111건(2006년 기준)을 확보, 향후 10∼15년간 3억달러 상당의 기술료 수입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액(정보통신진흥기금) 대비 기술료 수입으로 측정한 ‘IT 연구개발 생산성’도 10.5%(2006년 기준)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이다.

 IT839전략 중 가장 성공을 거둔 부문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이다. 와이브로는 이동하면서 데이터를 초당 3000만 비트(30Mbps)씩 전송할 수 있는 기술로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WCDMA)보다 15배 빠르다. 3세대 이동통신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시속 300㎞로 이동하면서 최대 7인치 화면으로 고화질 TV와 고음질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기술도 IT839전략으로 묶이면서 덕을 봤다.

 그러나 홈네트워크·텔레매틱스·RFID·로봇·IPTV·부품 산업 등은 부처 간 영역다툼으로 정책결정이 지연됐으며, 정부의 강력한 추진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이 분야에 투자한 많은 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