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와 IT인들이 내세웠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존치 주장은 정부조직 개편안 여야 협의에서 안건으로조차 오르지 못했다. 통합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실물경제 부처는 관심 밖이었다. 양측은 4월 총선을 의식, 통일부와 여성부(여성가족부)의 명칭과 기능을 일부 조정해 존속시킨다는 내용에 전격 합의했다. 19개 위원회도 폐지하지 못하고 추후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20일 양당은 2원 15부 2처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시킨다고 매듭지었다.
◇경제부처만 조직통폐합=‘과학입국’과 ‘IT강국’을 이끌어온 과기부와 정통부, 예산배분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 등 경제부처만 줄이는 ‘반쪽짜리’ 정부조직 개편이 일단락됐다. ‘기능 중심’과 ‘대부대국제’를 내세우며 2원 13부 2처 17청 5위원회 4실을 기획했던 인수위(안)는 ‘정치’라는 장애물에 막혀 기능 중심과 대부대국제의 원칙을 포기했다.
◇작은 정부 구현 구호로 끝나=여야 합의로 새 정부 내각 구성은 해결됐지만 새 정부가 약속한 작은 정부 구현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남았다. 5부 2처를 줄여 13부 2처로 만든다는 구상이 후퇴해 축소되는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 ‘왜 우리만’이라는 반감이 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인수위는 정통부(3만3440명), 해수부(4429명) 등의 규모가 커 통폐합하면 효과가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과기부·정통부·해수부·예산처 공무원들은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부서만 축소하고 나머지 부서를 축소하지 않은 것이 원칙이냐”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어떻게 되나=국회는 20일 오후 양당 합의가 끝난 직후 행정자치위 등 소관 상임위를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했다. 개정안은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일괄 처리된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국무회의 의결(22일), 이명박 정부 출범(25일) 등의 일정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이뤄질 전망이다. 여야 합의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때 이르면 1주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요청서 제출과 상임위 회부, 증인·참고인 선정 및 통보, 청문회, 국회 본보고 등의 일정이 남아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공백은 다소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민주당과 한나라당 합의문 요약
▲교육과학부-교육과학기술부로▲문화부-문화체육관광부로▲여성가족부-여성부로▲보건복지여성부-보건복지가족부로▲통일부 존치▲특임장관은 1인▲국무위원 수는 총 16명▲해양환경기능과 해양경찰청-국토해양부 소관▲지방해양조직은 지방 해양항만청 또는 지방 해양사무소로 설치▲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방통위 위원 5인 중 2인은 대통령 임명, 그중 1인을 위원장으로 지명▲방통위 위원 3인은 국회에서 추천하되,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들이 2인을 추천 ▲산림청은 농수산식품부 소관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립박물관은 존치 ▲국민권익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변경▲금융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은 금융감독원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양당 원내대표가 이미 합의한 내용으로▲중앙행정기관이 아닌 대통령 소속 19개 위원회 문제는 양당 원내대표가 협의해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