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통부의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최종 인가 결과는 정통부의 유효경쟁 정책 대신 시장경쟁 정책기조를 재차 확인하는 동시에 유무선 결합 시장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특히, 협의 주체인 공정위의 주파수에 관련된 권고 및 시정조치를 이번 인가 건과 연관 짓지 않음으로써 주파수가 정통부 고유 권한이자 공정위 결정이 월권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합시장, 사실상 자율 경쟁으로 결론=크게 6가지로 압축된 인가 조건은 결합시장의 사전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완전 경쟁 구도를 만든 것이나 진배없다.
공정위가 제출한 인수 조건보다 조금 더 까다로운 조치라면 재판매 상품 출시 권한을 타사에 먼저 제공한다는 정도다. 또 무선인터넷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한 이행조건이 첨가됐다.
이 밖에 오는 2012년까지 전국 농어촌 지역 광대역통신망(BcN) 구축 위한 계획을 정통부에 제출하고 승인받아 이행해야 한다. 이는 그간 KT에만 집중돼온 보편적 서비스 의무를 SKT에도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번 하나로 인수로 인한 시장경쟁제한성 문제나 지배력 전이 문제를 직접 규제하지 않은 대신,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한 셈이다.
SKT는 정통부 결정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BcN 투자 의무나 타사보다 결합상품을 먼저 출시하면 안 된다는 조건 정도에 대해 큰 무리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공정위와 경쟁사가 주장한 ‘800㎒ 로밍’과 ‘주파수 조기 회수’를 정통부가 이번 인가와 결부시키지 않았다는 점에 환영의 의사를 나타냈다.
◇정통부 “공정위에 고유 권한 못 내준다”=공정위 시정조치와 경쟁사의 독점 해소 방안으로 제기된 ‘800㎒ 로밍’ 허용 논란은 예상대로 사업자 간 자율 해결로 정리됐다. 이는 로밍이 주파수 독점에 관련된 이슈가 아닌 사업자 간 이슈라는 판단을 내린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에 이태희 정통부 팀장은 “로밍은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아니다”고 밝혔다. KTF에서조차 “로밍이 되면 그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진다”며 반발했듯 로밍은 주파수 독점과 시장 지배력 전이를 해결하는 대안이라기보다는 제3 사업자인 LG텔레콤에만 필요한 요구 조건이라는 결론을 정통부가 내린 셈이다. 물론 SKT의 800㎒ 주파수 독점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사에서 연내 정통부(향후 방송통신위원회)가 확정할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에 대한 정부 방침에서 과거 SKT가 누린 독점적 지위의 ‘대가’를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 여전히 남은 불씨다.
또 정통부의 최종 결정을 공정위가 어떻게 수용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공정위의 결정에 SKT가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제재를 받게 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그렇게 되면 SKT는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정통부 측의 “공정위가 타 부처의 규제 영역에 해당되는 사안을 다른 잣대로 규제를 하는 행위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기류가 이어질지도 두고 볼 일이다.
◇SKT진영, 유무선 결합시장 주도권 쥘까=SKT의 하나로 인수에 대한 정부 인가가 최종 결정됨에 따라 SKT는 인수대금 지급 및 3월 말 주주총회를 통한 대표 및 이사진 구성 등으로 4월에는 하나로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연말 하나로 인수 전담팀 성격인 FMC(단장 조신 전무)가 출범한 이래, 조 전무를 위시한 임원들은 하나로 현 임원진이 세운 경영계획 검토를 마쳤다. 단순하게 보면 세간의 관심은 SKT의 이동전화와 하나로의 상품을 묶은 결합상품 출시 시점에 모아질 전망이다.
유무선 결합상품이야 KT-KTF에서 이미 내놓은 상황이지만 선호도가 높지 않다. 이용자가 요금 할인 혜택 등 결합상품을 선택할 메리트가 낮기 때문이다. SKT가 이런 시장 상황을 바꿀 파괴력 있는 결합 조건을 제시할지가 주목거리다. 특히, 이미 자체 결합상품에서 하나로는 KT를 앞서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 관계자는 “SKT가 최근 발표한 가족 단위의 망내 할인 확대 등에서도 알 수 있듯 이미 마케팅 초점을 개인이 아닌 가구 단위로 바꾼 것으로 안다”며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를 묶은 상품 출시 방향에 따라서는 시장 선점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경쟁사들이 우려한 SKT의 시장 지배력이 결합상품 시장에 발휘될지, 이에 대한 경쟁사들의 대응 전략에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경쟁사 반응-KTF 조기재분배 필요, LGT 안타깝지만 지속적 요구할 것
800㎒ 주파수 공동사용(로밍), 조기 재배치 등의 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조건을 두고 KTF, LG텔레콤 등 경쟁사는강력 반발했다.
KTF는 정통부 조치 직후 ‘아쉽지만 환영한다’는 반응과는 달리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주파수 독점 해소에 필수적인 800㎒ 주파수 조기 재분배와 무선시장 지배력 전이 방지 차원의 인가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로 인해 SKT의 독점력 강화에 따른 경쟁 활성화 저해로 소비자 편익 감소는 물론 국내 통신시장 전반에 걸쳐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정부는 800㎒ 주파수 독점이 SKT 시장 지배력의 원천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소극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시정조치만을 부여해 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 여건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800㎒ 로밍에 큰 기대를 걸었던 LGT의 경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LGT 관계자는 “800㎒ 주파수를 활용, 통화품질 개선을 통한 이용자 편익 증대 등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면서 “지속적으로 SKT를 상대로 로밍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LGT는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SKT가 경쟁사에 대해 망을 공동사용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린 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SKT 계열사의 서비스 재판매 금지 등의 조항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밝혔다.
케이블TV 진영의 대표격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또한 SKT의 하나로 인수 인가와 관련해 방송·통신 융합 시장 추세에 부응하지 못한 정책 결정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이밖에 중소통신사업자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가조건에 다른 사업자가 결합판매를 위해 SKT에 상품 제공 요청 시 거절 및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되면서 다양한 결합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중소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중소사업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묶어 차별화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정보통신부 주요 인가 조건
* 항목 → 조건
1.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구축 → 2012년까지 전국 농어촌 지역에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구축을 위한 계획을 제출·승인
2. 서비스 재판매 관련 금지 사항 → 결합상품만 강요하는 행위, 유통망에 결합상품 판매 강요, 타 사업자의 결합상품 구성 요청 거절, 서비스 제공 조건 차별
3. 무선인터넷망 관련 금지 사항 → 무선인터넷 사이트 간 접속경로 차별, 내외부 콘텐츠제공사업자 차별, IPTV와 망 연동 요구 거절
4. 기타 →
- 90일 이내 인가조건 계획 제출할 것
- 인가일로부터 3년간 반기별 인가조건 이행현황 보고할 것
- SKT는 3년 경과 이후 90일 이내 인가조건 재검토 요청가능
- 정통부 장관은 시장경쟁상황 등을 검토해 철회나 변경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