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가 좋아요] NHN 클래식동호회

 “기타 안에 핏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기타를 들고 싸웠나. 아니다. NHN 클래식동호회 ‘엔클’의 회원 한원규씨가 관객들의 호응으로 연주에 몰입하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기타 줄을 뜯었기 때문이다.

 현재 237명이 모여 왕성하게 연주활동에 나서고 있는 엔클. 지난해 8월 음악평론가 김진묵씨가 주관하는 음악회에도 아마추어오케스트라를 대표해 참여할 만큼 수준급의 기량을 갖췄다. 해금이나 대금과 같은 국악기, 실제 전공자가 드문 하프를 연주하는 회원도 있다. 2005년 그저 클래식 악기를 연주해 보고픈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금과 같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일궈냈다.

 클래식이란 만만치 않은 장르를 소화해 내는 걸 보면 이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동아리 회장인 전태연 대리는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히 다른 클래식 동호회와 마주하게 됐다. 상대편에서 클라리넷 실력자가 프로급의 연주로 ‘연주배틀’을 신청했다. 모두가 주눅이 든 상황에서 당시 회장이었던 김용수 수석이 플루트를 연주해 좌중을 압도했다”며 “질 수 없다며 함께 연주하자고 독려하던 그분의 강렬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엔클’ 회원들은 바쁜 회사생활을 쪼개가며 악기 레슨을 받는다. 이렇게 쌓은 연주실력을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모여 합주를 통해 뽐낸다. 매년 겨울에 연말공연도 연다.

 회원들은 특히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음악선물을 선사한 게 가장 근사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NHN에서 추진하는 사회공헌 캠페인 ‘처음 만나는 세상’과 연계해 엔클은 봉사활동을 펼친다. 작년에는 10살의 어린 나이에 척추성 근위축증이라는 병을 얻어 네티즌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명환’이의 집을 방문했다. 강은하 차장은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행복을 준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지원도 화끈하다. NHN은 매월 일정금액을 동호회에 지원한다. 이 돈은 회원들의 레슨비를 보조하는 데 쓰인다. 회사 내에 사무공간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합주도 하고 악기레슨도 받는다. 동호회 측은 향후 사우들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연주해 NHN 직원 간의 화합에 나설 계획이다.

 ‘엔클’은 요즘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맹렬히 연습 중이다. 베토벤의 힘찬 선율로 직장인에게 삶의 활력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정진욱기자@전자신문,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