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와인은 직원과 함께 즐기는 ‘문화’랍니다.”
김도건 라드웨어코리아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와인으로 세계여행’을 하며 강력한 팀워크를 만들고 있다.
매 분기 근교 펜션이나 휴양림 등으로 워크숍을 가는 김 사장이 꼭 챙기는 것은 국가별 와인이다.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미국·호주·칠레 등 10개국의 다른 와인을 준비한다. 이들 와인을 쭉 늘어 놓고 국가별로 한 잔씩 와인을 맛본다.
“이런 이벤트를 하면서 부어라 마셔라 했던 술자리는 즐거운 문화 경험으로 바뀌었죠. 직원도 와인을 ‘부담스러운 문화의 벽’으로 느끼지 않게 됐어요.”
김 사장은 이들이 향후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친숙하게 그 지방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바랐다. 이런 덕인지 이 회사의 영업담당인 김욱조 부장은 부하직원이지만 김 사장의 와인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06년 직속 상관인 아·태지역 사장과 마셨던 샤토 라플레르(Chateau Lafleur) 이야기를 꺼냈다. 아·태 사장은 진귀한 와인을 빈티지별로 다양하게 마셨던 소문난 와인 마니아였다.
“이분이 영업 목표를 달성하면 원하는 와인을 무엇이든지 사주겠다고 약속했죠. 그때 마셔보고 싶었던 와인이 프랑스 포므롤 지역의 샤토 라플레르였는데 이걸 사달라고 했어요.”
빈티지별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1병에 대략 100만원은 훌쩍 넘는 고가의 와인이었던 것. 이 약속 때문이었는지 라드웨어코리아는 2006년 목표치를 훌쩍 넘겨 175%의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아·태 사장과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한다.
“연말에 마카오에서 아·태 사장을 만났는데 1988년 샤토 라플레르 두 병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겠습니까. 열심히 노력해줘서 고맙고 성과를 축하한다며 같이 마셨죠. 그날 마신 와인을 절대 잊지 못합니다.”
김 사장은 샤토 라플레르의 명성만큼이나 와인 맛도 무척 좋았지만 약속을 지켜준 아·태 사장이 정말 고마웠다고 한다. 그는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상품이며 IT제품도 그에 얽힌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상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와인 향에 빠져들었다.
◆김도건 사장의 추천와인
- 와인: 펜폴즈(Penfolds) BIN 389
- 빈티지: 2004년
- 생산국 및 지역: 호주
- 종류: 레드(Red)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53%, 슈라즈 47%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