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NIH) 등 미국 주요 국립연구기관 고위직에 근무하던 중국계 과학자들이 최근 2∼3년 새 고국으로 돌아가는 ‘모국회귀’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40·50대가 대부분인 이들은 1978년 중국 공산당의 해외 유학 자유화 선언 이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현지에서 과학자로 성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유학이민 1세대다.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직장과 생활 기반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유턴하는 이들을 가리켜 중국에서는 ‘바다거북이(해귀(海龜):해외유학 후 귀국한 이들을 일컫는 해귀(海歸)와 동음이의어)’라고 부른다고 신문은 전했다.
‘바다거북이족’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 성장을 위해 과학기술 육성에 나선 중국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과 연구시설 제공을 약속하며 스카우트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생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 영주권자가 된 셩 후웨이첸(55) 박사는 동물복제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NIH에서 최고 영예로 꼽히는 전문연구위원(staff scientist)에 위촉됐지만 중국 정부가 연구실 건립 비용으로 87만5000달러를 지원하자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립암연구소(NCI) 박사후 연구과정을 수료하고 인간유전자지도 전문업체 휴먼게놈사이언스에서 근무하던 니 지엔(44) 박사는 간암에 걸린 중국의 한 재벌의 지원으로 중국에서 바이오회사를 차렸다.
또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690만달러의 정부 예산을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연구비와 세금 감면 등 혜택도 많지만 정부 규제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도 재외 과학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 연방정부 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된 인간배아복제 연구 분야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많이 건너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연구목적의 난자나 체세포 실험이 허용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국립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CAS)에 소속된 과학자의 81%가 이 같은 해외유학파고 5000명가량은 귀국 후 중국 내에 회사를 설립, 운영 중이라는 통계를 최근 발표했다. 또 최근 2∼3년 사이에만 27만5000명가량의 재외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첨단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 보잉에서 근무하던 중국계 기술자가 정부 기밀 국방정보를 중국 정부에 팔아넘긴 혐의로 체포되자 미·중 간 외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