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부속품 표준화 절실

 최근 새로 내비게이션 전원 어댑터를 산 이정민씨(35)는 낭패를 봤다. 어댑터가 내비게이션과 맞지 않았던 것. 이씨는 그날 눈앞에 내비게이션을 두고도 켜지 못한 채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내비게이션 부속품 규격이 제조사마다 달라 소비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생산 효율성도 떨어뜨려 업계 공동의 표준화 작업이 절실하다. 

 ◇부속품 규격 천차만별=내비게이션에 전원을 공급하는 차량용 전원 어댑터(일명 시거잭)는 5V, 12V, 24V 등을 사용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12V 어댑터만 해도 커넥터 규격 지름이 3.2·3.5·4.0·5.5㎜로 천차만별이다. 규격을 외워놓지 않으면 엉뚱한 것을 사기 일쑤다.

 외장형 DMB 안테나도 마찬가지다. 외장형 안테나는 분실하거나 파손되는 일이 잦다. DMB 사각지대에서 전파를 잘 받기 위해 따로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안테나 연결 부위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라 호환이 안 된다. 제조사별로 10개가 넘는 안테나 규격을 쓴다.

 심지어 같은 제조사가 서로 다른 규격의 부속품을 쓴다. 팅크웨어(대표 김진범)의 7인치 내비게이션 ‘G1’과 ‘뮤토 I7’는 충전 어댑터 규격이 다르다. 현대오토넷은 제품별로 외장형 안테나 규격이 4개가 넘는다. 게다가 사용설명서에 제품 규격을 정확히 기재하는 일이 드물다. 부속품을 구매할 때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속품 생산업체도 불편=소비자만 불편한 게 아니다. 생산 효율성에도 장애를 준다. 부속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외주로 받아 오는 게 대부분이다. 차량용 DMB 안테나를 생산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급하는 외장형 안테나의 커넥터 종류만 12개”라며 “이를 단일화하면 단가를 낮추고 생산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트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전용’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제품의 모양을 만드는 금형과 설계를 바꾸는 것도 문제지만 내비게이션 제조업체가 난립해 동일한 규격을 채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상덕 팅크웨어 팀장은 “커넥터나 안테나의 규격이 동일해지면 소비자 편익이 늘겠지만 제조사가 워낙 많다보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커지는데=업계는 올해 내비게이션 시장이 1조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수로 치자면 200만대다. 신규 수요도 늘고 있지만 교체 수요도 있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지원하는 PMP, UMPC 등이 급격히 늘어나 부속품의 호환성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김영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인증기획팀 팀장은 “업계의 요구가 있을 때 해당 품목의 표준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업계의 문제제기가 있을 때 협회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휴대폰 충전 단자의 표준화에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먼저 나섰듯이 업체가 먼저 움직여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차윤주기자@전자신문,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