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공원 인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8’ 전시장. 세계 곳곳에서 온 통신업계 관계자들과 참관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없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전시회에서는 HSPA(High Speed Packet Access) 관련 서비스는 미래형이었고, HSPA 이후의 기술은 다양한 기술이 실험실 수준의 시연을 통해 가능성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음성통화 위주의 사업을 펼치던 유럽과 미국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데이터통신이 주축이 되는 고속 인터넷망으로 이전을 속속 선포했다. 차세대 통신 기술도 이제 미래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실제 환경에서 구현됐다. 특히 거의 모든 참가 업체들이 LTE(Long Term Evolution)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HSPA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동통신서비스의 3차 혁명이 시작된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칼 헨릭 스반버그 에릭슨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변화를 ‘3차 혁명의 시작’이라고 요약했다. 1차 혁명은 음성만으로 통화하는 시대를, 2차 혁명은 무선랜처럼 고정 이동형 광대역 통신 시대라 한다. 3차 혁명 이후에는 휴대폰으로 이동하면서 광대역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년간 뜸만 들였던 통신사업자들이 데이터 통신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반버그 CEO는 “올해는 HSPA가 진화된 HSPA EV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내년에는 200Mbps 속도를 자랑하는 LTE 상용화 버전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비 및 단말기 업체들도 LTE 시대에 대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LG전자는 전시장 내에 설치된 노텔, 알카텔-루슨트의 기지국을 연동해 하향 60Mbps, 상향 40Mbps의 전송속도를 구현했다. 이번에는 실제 주파수 환경과 소형 장비 등으로 HD급 영상 전송했다. NXP반도체도 LTE 플랫폼으로 시연하며 HD 영상물을 무난하게 송출해주는 장면을 연출해 전시회장에서 이목을 끌었다.
HSPA를 넘어 LTE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솔 트루질로 텔스트라 CEO는 “HSPA 서비스를 시작한 후에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아졌으며, LTE 등 초고속 무선 광대역 서비스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 2.0’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TE 등을 통한 초고속 광대역 이동통신 서비스가 실현되면 멀리에 떨어진 가족들이 휴대폰으로 언제나 쉽게 소통하며, 원격 교육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시간 보안으로 안전을, 무선 공급망 체계로 기업에는 효율성을, 실시간 내비게이션 기능으로 자동차 에너지 절약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리 페카 칼라스보 노키아 CEO도 “(LTE 등을 이용한) 휴대폰을 통해 집에서도 사무실과 같은 환경에서 조성할 수 있도록 시스코와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말해 LTE 시대가 한층 다가왔음을 드러냈다.
이동통신의 고속화에 따라 단말기 제조업체, 콘텐츠 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소형PC 이상의 기능을 가진 터치스크린 제품을 쏟아냈다. 우수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바일 광고, 모바일 게임 등의 수익 모델을 알리는 콘퍼런스도 곳곳에서 열렸다.
말로만 듣던 유비쿼터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 시대,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