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월드인-왕젠조우 차이나모바일 CEO

 2006년 어느날 뉴욕을 거닐던 한 중국인이 광고판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4만7000개 이상의 기지국, 어떤 이동통신망보다 많습니다’라고 자랑하는 싱귤러의 광고였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정도 자랑거리는 아닌 걸?’

왕 젠조우.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을 이끄는 59살의 겸손한 중국 신사다. 23만개의 기지국도 모자라 여전히 공격적인 망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그에게 싱귤러의 자랑은 ‘생각의 크기’를 보여준 어리광이었다.

차이나모바일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0년 본격 사업화 이후 2002년 1억명의 누적가입자를 확보하고 2004년 2억명을 돌파하더니 2006년에는 3억명으로 미국의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멈출 기미도 없다. 1월에만 706만명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며 지난해 월 평균 가입자 수인 500만명을 가볍게 깨뜨렸다. 이 같은 추세라면 5월께 누적가입자 4억명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수립할 전망이다.

엄청난 수의 중국 인구와 국영기업이라는 영향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오히려 까다로운 중국정부의 통신정책에 부합하는 동시에 일반 투자자들까지 만족시키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왕 CEO를 추켜세운다. 포천도 지난해 8월 왕 CEO를 인터뷰하면서 ‘포천 글로벌 500 CEO 중 가장 까다로운(trickiest) 임무를 맡은 사람 중 하나’로 소개했다.

왕 CEO의 강점은 ‘열린 마음’이다. 십여년간 공무원으로 일했던 사람답지 않게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좋아한다. 직원들이 보내는 e메일을 일일이 확인한다. ‘e메일의 90%가 회사를 위한 제안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친화력은 깐깐한 미디어 재벌 루퍼드 머독도 절친한 친구로 만들었다.

그의 좌우명은 ‘모든 일의 최대 목표는 사람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말씀이다. 왕 CEO는 좌우명에 따라 중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가에도 이동통신기술의 혜택을 주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