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칼바람 속에 삼성LCD라인은 숨가쁘게 돌고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기흥-천안-탕정을 잇는 삼성전자 ‘크리스탈밸리’의 심장부인 탕정사업장 내 7-2모듈 라인.
방진복을 입고 들어서자, 항온으로 유지되는 24.5℃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후끈한 기운이 엉겨붙었다. 24시간 쉴새 없이 돌아가는 LCD라인이 몸에 뛰는 혈맥처럼 36.5℃로 느껴져서일까.
라인 출발점에 켜켜이 쌓인 LCD기판이 240미터(m) 라인을 거쳐 46인치 TV용 LCD모듈로 완성돼 포장과 출하까지 이어지는 공정이었다. 30초에 1개씩, 시간당 120개 모듈이 만들어져 나온다. 눈으로 보니 그야말로 없어서 못판다는 ‘초호황’을 실감케 한다. 유리와 필름, 액정, 기판을 조합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부가가치’를 화폐 찍어내듯 만들고 있었다.
라인 관계자는 “이곳은 240미터 공정이지만, 저쪽에선 똑같은 공정의 140미터짜리가 돈다”며 “그만큼 공정 혁신을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전쟁을 계속한다”고 말했다. 각 생산라인은 유기체처럼 진화하며 그곳 7-2모듈 라인에서만 12개가 365일,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탕정사업장 전체도 진화를 거듭했다.
소니와 3조원을 공동 투자한 8-1라인이 52인치 TV용 LCD 양산에 들어갔다. 곧 삼성 독자적으로 8-1라인 2단계 투자에 들어갈 계획이다. 새 라인에는 잉크젯프린팅, 롤프린팅 같은 새로운 혁신 공정도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쯤 세계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터질 수도 있지만, 더 큰 시장을 보고 ‘통 크게’ 가겠다는 전략이다. 지금도 TV·모니터·휴대폰 등에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잘 나갈 때’인 지금부터 2010년 뒤 본격적인 LCD 신규시장 ‘2차 전쟁’에도 이겨 1위를 지키겠다는 목표다.
장원기 LCD총괄 부사장은 “시장 우려가 있다고 움츠러들었다면 지난 2002년 이후 세계시장 1위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디지털광고판·차세대TV·터치스크린보드·휴대형 디스플레이 등으로 새시장을 만들어 간다면 위기를 곧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쉴새 없이 도는 생산라인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자 또 하나의 전쟁이 기다린다. 생산 제품을 전세계 시장으로 싣고 갈 컨테이너 박스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다. 컨테이너에는 ‘우리에게 제발 물량 좀 주세요’라는 전세계 LCD 수요처의 아우성이 담겨 있는 듯했다.
국가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무역 수지 흑자 달성을 위한 최전선을 삼성전자 LCD가 지키고 있다.
탕정=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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