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 방침을 밝혔던 ‘시장 경쟁활성화를 통한 통신요금 인하’가 가시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등 정치 이슈가 맞물리면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활성화, 요금인가제 폐지 등의 정책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17대 국회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때 법안이 자동폐기돼 다시 국회에 제출, 통과되기까지 반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제출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17대 국회 회기 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오늘(26일)로 17대 국회 마지막 회기가 사실상 종료되는데다 정부조직법안 타결로 되는 3월 임시국회 소집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때 법안은 17대 국회가 막을 내림과 동시에 자동 폐기돼 입법예고와 관계 부처 협의 등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개정안에는 기간통신업무를 단일화하는 역무통합과 한미 FTA에 따른 소유구조 규정 등이 명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기간통신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기통신회선설비를 다른 사업자에 제공하기 위한 규정, 요금약관 인가제의 신고제전환 등의 내용은 통신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요금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필수적인 조항이다. 통과가 지연되면서 새 정부의 요금인하 방침이 조속히 결실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법안제출 절차와 18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 조정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이후에나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정책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이통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관련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MVNO 규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금융계, 케이블TV업계 등 이통시장 진출을 선언한 사업자들은 사업방향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온세텔레콤 관계자는 “MVNO 진출을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시장 정보 수집 등을 하고 있지만 아직 법안, 시행령 등이 확정되지 않아 이동통신망사업자(MVO)와 접촉 등 구체적인 준비는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희 정통부 통신경쟁정책팀장은 “총선 이후 4월 국회가 열려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입법안은 다시 절차를 밟지 않고 18대 국회에서 다룰 수 있도록 법제처에서 유권해석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주요 내용
*항목: 내용
- 역무 단일화: 기간통신역무를 전송업무로 단일화, 전기통신사업 허가 단위 광역화 등
- 소매 규제 완화: 이용약관 신고·인가의무 면제조항 신설 등
- MVNO 관련: 재판매 의무 사업자 지정, 상호접속·설비제공 등 관련조항 정비 등
- 한미FTA 관련: 외국인 의제 면제 등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