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판매전이 벌어지는 프린터 시장. 그러나 먹고 먹히는 시장 쟁탈전의 수면 밑에서는 제휴와 협력 또한 활발하다. 프린터 산업은 잉크젯을 기반으로 한 제품과 레이저를 기반한 제품으로 양분돼 진보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용은 레이저, 가정용은 잉크젯’이라는 공식이 무너지면서 제품군 다양화를 위해 레이저와 잉크젯 양진영 업체들이 프린터의 핵심인 엔진을 상호 제공하거나 완제품의 OEM 협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프린터 엔진은 개발 비용과 기술장벽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자사에서 주력하는 방식 이외에 다른 방식의 엔진까지 직접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택하고 있다. 더욱이 독자엔진을 보유한 업체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각각의 장단점을 지닌 잉크젯 방식과 레이저 방식이 공존하고 있어 업체들은 제품군 다양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쟁사와의 ‘오월동주’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품군 확대는 잉크 등 소모품이 중요한 매출원이 되는 프린터 산업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레이저 엔진을 기반으로 프린터 시장을 공략해 온 삼성전자는 잉크젯 프린터의 핵심 엔진을 HP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후지제록스에게는 자사의 보급형 레이저 프린터 엔진을 제공하고 있다. 또 후지제록스는 델에 중저가 레이저 프린터를 OEM으로 공급해 주고 있다. 잉크젯 기반으로 세계 프린터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HP도 레이저 제품은 캐논으로부터 OEM으로 공급받고 있다.
제품군 다양화를 위해 같은 방식의 엔진을 보유한 업체 간에도 OEM 제품 주고 받기가 활발하다. 고가형 엔진만 갖고 있는 업체는 보급형 모델까지 갖춰야 규모의 마케팅이 가능하고 보급형 제품만 가진 업체는 고급형 제품 없이는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레이저 엔진 제품 외에 A3급 대형 프린터는 도시바로부터 OEM받아 판매하고 있다. 캐논과 후지제록스도 오키프린팅솔루션즈로부터 레이저 엔진을 제공받고 있다.
이 밖에 IBM에서 분사한 렉스마크는 분사 이후에도 IBM프린터사업부에 전모델을 OEM 공급하고 있으며, 신도리코와 삼보컴퓨터 등에도 국내시장용으로 다양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또 신도리코는 국내 공장에서 제조한 프린터 제품을 렉스마크의 해외시장 판매용으로 OEM 공급하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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