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천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PEF) 결성은 물론이고 조만간 관련법 개정으로 투자 제한까지 대폭 완화되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네오플럭스의 2개 창업투자회사가 오는 4월 말까지 각각 3000억∼4000억원 규모의 PEF를 결성한다. 이 펀드는 국민연금이 1000억원씩을 출자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벤처캐피털을 PEF 운용사로 선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 대상을 정해 놓지 않은 블라인드펀드라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는 창업투자회사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겸업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PEF 결성은 벤처캐피털이 초기 투자은행(IB) 형태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앞서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가 지난해 12월 4600억원 규모의 PEF를 결성,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벌써 1400억원을 투자했다.
그간 벤처캐피털이 운영하는 펀드 규모는 200억∼300억원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부터 1000억원대 펀드가 일부 형성됐지만 예외적인 것으로 투자대상 또한 비상장기업이 대부분이었다.
VC가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PEF 등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도 무르익었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다른 VC들보다 한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KTB네트워크는 장외기업 인수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지분 전체를 판매하는 ‘블록딜’ 형태의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국회에 상정돼 있는 창업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창업투자회사의 M&A 분야 투자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PEF를 운용하는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 CRC부문 김영호 부사장은 “기존 VC와는 투자영역 자체가 다르다”며 “투자 규모면에서도 수백억원, 최대 10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기존 IPO 시장만으로는 VC의 생존이 어렵다는 점에서 M&A는 훌륭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투자펀드 모집 등 소규모 VC들이 뛰어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산운용 경험이 있는 대형사 위주로 초기 M&A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용어설명: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소수의 투자자에게서 모집한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고수익기업투자펀드라고도 하며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뮤추얼펀드)에서는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지칭한다. 공모펀드와는 달리 운용에 제한이 없는만큼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한국은 사모펀드를 M&A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했지만 외국에서는 M&A의 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 펀드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