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통과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은 은행권에 위기이자 기회다.
자통법이 내년 2월 시행되면 금융 업종 간 장벽이 허물어짐으로써 은행권은 그동안 순이익을 안겨준 예대 마진 위주의 영업전략에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즉, 증권사는 그동안 결제업무를 취급할 수 없었으나 자통법을 계기로 증권계좌를 은행 계좌처럼 입출금·송금·카드결제 등이 가능해, 은행 업무 영역 다툼이 본격화된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외형 키우기에 나서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직장인들의 월급 통장 계좌 흡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측, 은행권들은 고객 확보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4월 시행 예정인 방카슈랑스 4단계의 철회로 은행들은 수익원을 잃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행·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은 현재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투자은행(IB)으로 변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무대로 나서는 것이다. 특히 이들 은행은 IB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우수한 금융인력과 네크워크를 확보하는데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또한 은행들은 핵심 사업부문인 IB 업무 확대를 위해 증권사 인수나 설립을 통해 수익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기업은행이 IBK 증권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국민은행도 한누리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토종 은행들이 증권사의 은행계열화를 통해 상승 효과 혹은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은행들은 해외 진출 확대·인력양성·리스크 관리 등의 IB 업무를 집중 지원하기 위해 IT 부문 역량 강화에 힘쏟고 있다. 사업다각화·글로벌 영업확대 등의 전략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본격 나섰다. 국민은행·하나은행 등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이미 들어갔다.
특히 트레이딩, 파생상품 등 고수익·고위험 사업에 대한 사전대응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은 물론이고 기업 신용관리 강화·가계 부실화 등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도 한층 강화, 은행의 신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선진 금융기법과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의 선진은행과 경쟁을 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의 앞선 IT를 전략적 무기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 밖에 자금세탁방지법(AML) 대응을 위한 관련 시스템 구축도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정보통합분석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현업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정보와 업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이터웨어하우스(EDW)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e비즈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 인터넷뱅킹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업무 재설계 2단계 사업·정보계 재구축·국외전산통합 해외 적용·국제회계기준(IFRS) 시스템 구축 등을 진행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통합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통합트레이딩시스템 구축·카드시스템 업그레이드·전산 인프라 개선 등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IT 사업을 적극 전개한다. 이와 함께 비효율적 업무의 아웃소싱 확대 및 시스템 도입 경쟁입찰 강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추진한다.
신한은행은 마케팅·영업·고객서비스에 필요한 각종 의사결정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한 BI(Business Intelligence)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국제회계기준(IFRS)·자금세탁방지법 시행 등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급변하는 금융산업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또한 글로벌 IT운영체계 수립, 퇴직연금시스템 구축, ITSM(IT시스템관리) 구축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멀티채널아키텍처(MCA)·통합단말시스템·기업포털(EP)·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통합(EAI)·상품처리시스템·정보분석 고도화·ITSM 등의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하나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시스템이 구축되면 모든 고객, 상품, 채널, 전략, 그룹시너지 등 모든 영역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금융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 2010년까지 3단계로 나눠 완성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역시 올해 차세대 시스템 등 다양한 IT시스템을 구축키로 하는 등 은행권들이 자통법과 IFRS·AML 등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은 물론이고 종합 금융 그룹으로 발돋움하고자 IT 관련 시스템 혹은 조직 혁신에 잇따라 나서기 시작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