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표삼수 한국오라클사장­장인이 준 동양화

 결혼식 직전이었다. 이런저런 결혼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와중에 장인어른의 부름을 받아 처가로 찾아갔다. 장인 어른이 결혼 선물을 건넸다. 매화나무에 참새 두 마리가 다정히 앉아 있는 동양화 한 점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지만 그 그림은 지금까지 우리집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대단한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그림 속의 ‘生民之始 華福之源(생민지시 화복지원)’이라는 글귀 때문이다. ‘가정이 삶의 시작이자 모든 영화와 복의 근원’이라는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서 장인께서 당시 선물로 직접 써준 문구다.

 그림 속에 담긴 장인어른의 가르침은 결혼 이후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침반 같은 역할을 했다. 그림 속의 글귀는 내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좋은 남편과 훌륭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그 덕분에 바쁜 직장생활을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히 하는 것을 경계하게 됐다. 회사 생활에서 힘이 들 때는 나를 믿고 있는 가족들을 위해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지금도 늠름하게 장성한 자식들과 언제나 웃음과 배려가 있는 집안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 그림 한 점에 담겨 있는 장인어른의 가르침과 사랑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소중한 가족에게 소홀하게 될 때가 많다. 일에 쫓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족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바쁜 시간을 쪼개서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화만사성’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금언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화목한 가정을 가꿔 나가는 노력은 정말 중요하다. 모든 성공의 시작이 가정에서부터 비롯되고, 우리가 추구해야 행복도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림 속의 문구를 다시 한번 새기면서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를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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