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수원 캐슬호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사장들의 모임인 협성회의 정기 총회장이다. 참석한 150여명 사장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CEO들은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올해 경영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스럽다. 모기업이다시피 한 삼성전자가 특검 여파로 설비투자계획 등 구체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리를 같이한 50여명의 삼성전자 임직원과 대화하면서 조금은 나아졌다. 경영계획이 확정이 안 됐을 뿐 기본적인 방향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종용 삼성 부회장도 협력사의 불안을 달래려고 이날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확정이 더이상 늦어지면 협력사들의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 때문에 협성회 총회에서 회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부가 삼성 특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줄 것을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또 다른 참석자는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을 들어줄 만한 곳이 어디에도 없다. 삼성이 위기론을 조장해 특검을 회피하려 한다는 바깥의 시각도 있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현실의 문제다.
최근 소니와 샤프의 LCD패널 합작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전자 LCD공장이 있는 탕정 일대 협력사들은 더 어수선한 분위기다. 혹시, 삼성전자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협력사들은 이처럼 경영 외적인 변수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구조도 서둘러 개선해야겠지만 당면한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28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한 가지 바람은 자신들과 무관한 특검 문제로 경영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협성회 총회장은 원래 취지대로 미래를 얘기하는 자리가 된다.
설성인기자<디지털산업부>@전자신문,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