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이 급등한다는데 곡물 펀드에 투자해 볼까?’
최근 들어 국제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소비자 물가를 올려 서민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식품·사료회사 원료값을 상승시키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 곡물가격 상승에 웃음짓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곡물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다. 지난달 금펀드가 각광받더니 이번달에는 곡물펀드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회사의 PB도 최근 곡물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문의전화가 늘었다며 곡물펀드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실을 전했다.
◇곡물, 장기적으로 투자 유망한가=대부분의 전문가는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곡물펀드가 올해 투자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애그플레이션이 구조적 수급문제로 인해 발생한 만큼 당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중국·인도를 비롯한 신흥 개도국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 고급 요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고급요리 재료인 콩·밀 등의 곡물 수요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대체에너지 개발 열기도 곡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식품·사료 등에 사용되는 옥수수가 미국·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에탄올 생산에 사용돼 물품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해 고삐 풀린 유동성이 투기세력을 통해 곡물상품으로 유입된 것도 곡물값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곡물펀드 어떤 것이 있나=곡물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곡물지수에 투자하는 곡물인덱스 펀드와 곡물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침체가 확실시 되는 지금은 안전성 측면에서 곡물인덱스 펀드가 낫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곡물 인덱스 펀드는 짭짤한 성과를 내고 있다. 곡물지수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종류형파생상품은 최근 한달 동안 11%라는 높은 수익을 올렸다. 반면 곡물회사 투자는 경기가 침체되면 곡물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해 투자 위험이 높아지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곡물펀드는 대안투자로 바람직=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곡물펀드 편입비율이 10∼20%정도가 적당하다고 충고한다. 곡물펀드가 향후 유망하기는 하지만 ‘몰빵투자’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펀드는 변동성이 높아 투자위험이 커 메인투자로 삼기는 어렵다”면서 “전통 자산인 주식·채권의 대안 투자자산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공성률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과장도 “투기세력의 자금이 곡물로 유입된 것은 위험요소며, 오른 곡물이 많은 만큼 내린 곡물도 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형수기자@전자신문, goldlion2@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세계적으로 바이오 에너지가 각광받으면서 에탄올의 원료인 옥수수 등의 곡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또 중국 같은 경우는 육류의 소비가 늘다보니 가축들에게 먹여야 할 사료의 수요도 늘어나는데 이 때문에 그간 보관해왔던 곡물의 재고량이 부족해지면서 곡물이 귀해져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더불어 곡물 소비를 통해 생산이 되는 육류, 유제품의 가격도 동반 상승하게 돼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을 말한다.
※CRB지수
CRB(Comodity Reserch Bearau)사가 곡물 원유 산업용원자재 귀금속 등의 주요21개 주요 상품선물 가격에 동일한 가중치를 적용하여 산출하는 지수로 원자재 가격의 국제기준으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