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3월 ‘꿈의 채널’과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일컬어질 만큼 부푼 기대 속에 닻을 올린 케이블TV가 방송을 시작한지 13년을 맞는다.
케이블TV는 초기 준비 부족과 정책 혼선으로 표류하기도 했고 ‘IMF 한파’를 맞아 좌초 위기에 놓이는 등 평탄하지 않은 굴곡의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그동안 가입자 1400만을 확보, 국민에게 가장 친숙한 방송매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2000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2005년 디지털케이블TV 상용 서비스에 이어 지난해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에 돌입하는 등 국내 방송·통신산업의 당당한 중심 축으로 산업 발전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시청자의 문화 선택권을 확대하고 정보·문화 복지를 향상시킨 케이블TV의 노력 또한 가치 있게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지난 1995년 48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24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 개국한 케이블TV는 2008년 1월 기준으로 총 103개 SO와 187개 PP로 증가했다. 종사자는 2000년 8380명에서 2006년 2만2560명(외주인력 포함)으로 늘었다.
매출액도 SO·PP를 합쳐 2000년 총 1조6931억원에서 2006년 5조5154억원으로 급성장했다. 가입자는 1995년말 20만6886에서 5년째인 2000년 256만, 2008년 현재 1400만을 상회한다.
지난 2005년까지 누적 투자액은 1조3076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까지 총 5조7435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난 13년간 고도 성장을 이룬 케이블TV가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가장 경쟁력 있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매체로 거듭나기 위해 제2의 비상을 위해 자기 혁신을 선언한다.
3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유세준 www.kcta.or.kr) 주최로 열리는 ‘제13주년 케이블TV의 날 기념식’은 케이블TV가 미디어 융합시대에 ‘제2 창업’ 선언을 통해 디지털 리더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다.
‘디지털 리더 케이블TV’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2년 디지털케이블TV 전면 실시 △다매체시대 디지털콘텐츠 혁신 △고객 만족 경영으로 시청자 정보복지 구현 △선거방송의 중추 등을 핵심 실천 가치로 선포, 방송·통신 융합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
유세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방송·통신간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케이블TV가 살아남을 길은 시장의 절대적인 규모를 키우고 가치사슬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이라며 “케이블TV가 지난 13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는 오는 2012년까지 디지털방송으로 100% 전환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SO가 6조원을 PP가 2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다. 고선명(HD) 서비스를 위해 올해에만 HD 채널을 30여개 늘린다.
케이블TV 고유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장르를 확대하는 동시에 프로그램 자체 제작도 늘린다. 향후 5년간 PP가 자체 제작을 위해 2조원을 투자한다.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디지털콘텐츠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청자 만족은 최고의 가치다. 케이블TV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 고객의 사랑에서 비롯됐다고 판단, 그간 받은 사랑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고객 만족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디어 선거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는 추세에 부응해 200여개 선거구 단위로 치러지는 총선에서 케이블TV가 선거방송을 주도, 유권자의 이해를 돕는다. 케이블TV가 가장 세분화 된 권역을 지닌 전국 대상의 방송 매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케이블TV가 보유한 기술은 능력에 비해 저평가돼 왔다. IPTV가 상용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미 2005년부터 주문형비디오(VoD) 등 다양한 양방향 방송을 시작해 온 디지털케이블TV와 유사하다.
또 통신사업자가 광랜을 앞세워 초고속인터넷 프리미엄 상품을 출시해 왔지만 케이블TV도 지난해부터 닥시스(DOCSIS) 3.0을 이용한 100Mbps급 초고속인터넷을 시장에 내놓은 바 있다.
케이블TV는 다채널 영상시대를 지나 디지털 전환 시기를 거쳐 방송·통신 융합시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통신사업자와 실질적인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케이블TV가 기존 기득권을 잠시 잊고 내부 모순을 스스로 개혁하는 등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케이블TV가 다매체 시대에 대표 미디어 지위를 지속하려면 과거 잘못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과 앞으로 다가올 과제에 대한 냉철한 인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뉴미디어의 총아’라는 기대 속에 출범한 케이블TV가 13돌을 맞아 앞으로도 뉴미디어의 선두를 놓치지 않고 방송·통신 융합의 선두에서 국가 방송산업을 진흥시키고 국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꿈과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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