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과학자도 뭉쳐야 산다…미국을 누비는 한인 정보과학자들

2008글로벌리포트

배용준, 박진영, 최경주, 박세리, 박지성의 공통점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은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한국인이 각지를 누빈다.

컴퓨터 학문의 1번지인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인 정보과학자들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 머시드 주립대 총장인 강성모 교수(반도체 분야), 미시간대 학과장을 역임한 신강근 교수(컴퓨터통신 분야), 미국전기전자컴퓨터학회(IEEE)의 권위 있는 상을 받은 김광회 캘리포니아어바인주립대 교수(실시간 모델링 분야), IBM 왓슨 연구소 연구팀을 이끌었던 홍세준 박사(컴퓨터이론 분야) 등 나열하려면 끝이 없다.

평등과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도 외국인 혹은 소수 민족으로서 과학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새로운 학문인 컴퓨터와 IT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외국인이 주류에 들어섰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인도계의 파워는 가공할 만하다. 미국의 유수 연구 대학, 정부 산하 연구소, 기업 연구소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형성, 협력 연구하는 중국, 인도계의 정보과학자들은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 연구가 학문에 큰 공헌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실용 학문인 정보과학 분야에서는 여러 대학, 기업 및 국가 연구소를 포함한 대규모 공동 연구가 시너지효과를 내고 성과를 거둔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인 정보과학자들은 개개인의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큰 파워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열고자 한 것이 ‘재미 한인정보과학회(KOCSEA:Korean Computer Scientists and Engineers Association in America )’다. KOCSEA는 메릴랜드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박찬모 전 포스텍 총장과 앞서 언급한 김광회 교수 주도하에 1983년 설립됐다. 컴퓨터 관련 정보 교환과 협력을 통해 기술적 학문적 발전을 도모하자는 출범 취지에 많은 한인 정보과학자들이 따랐다. KOCSEA는 1990∼1995년 한국정보과학회와 공동 학술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했고, 2006년에는 학술 심포지엄을 한미학술협력재단과 공동으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열었다. 시스템·소프트웨어·보안·인공지능·웹컴퓨팅 등 컴퓨터 전 분야에 걸쳐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한인 교수와 대기업 연구원들을 초빙한 이 심포지엄은 국제학회에 버금가는 강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KOCSEA 학술 심포지엄은 강성모 캘리포니아 머시드대 총장의 기조연설과 신강근 미시간대 교수의 무선통신기술 초빙강연으로 젊은 과학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한미 과학자 공동 연구 추진, 한국 기업의 연구 투자에 관한 토론회 진행, 한국 각종 학술 대회에 미국 측 초빙 강사 섭외 및 파견, 세계 IT동향 보고서 작성, 미국 내 한인 기술자와의 교류 협력 등도 KOCSEA가 해 온 일이다.

 KOCSEA는 재미 한인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이나 학회 참가비를 지원하거나, 젊은 한인 과학도들을 위한 조언도 제공해준다. 미국 사회의 시스템에 적응해 연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노하우들을 중진 과학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미국 내 한인 과학자들의 활발한 활동은 배타적인 세력을 형성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젊은 한인 과학자들이 미국이란 시스템 안에서 스타 과학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여러 인종과 어우러진 협력과 협업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여 밝힌다. KOCSEA의 활동에 관한 추가 정보는 홈페이지(www.kocseaa.org)에서 찾을 수 있다.

뉴욕(미국)= 류경동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아리조나 주립대 겸임교수

전 재미한인정보과학회장

kryu@us.ib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