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자본 썰물, 중국자본 밀물.’
국내 증권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중동 자본이 주춤한 대신 중국 자본이 서서히 밀려오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 글로벌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는 ‘차이나머니(중국자금)’가 한국 주식시장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에 넘치는 유동성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인 ‘오일머니(중동자금)’는 지난 11월부터 석달 연속 한국 주식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본토 자금인 차이나머니는 올해 1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25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시장별 순매수금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각각 248억원, 3억원이었다.
월별 국내 주식 순매수액은 작년 1∼8월에는 1억원 미만이거나 오히려 순매도였다. 이어 9월 11억원, 10월 5억원, 11월 1억원 미만, 12월 11억원 감소 등 소규모로 국내 주식을 사들였으나 11월에 글로벌 증시가 조정기에 진입해 투자 재미를 보지 못해 자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다시 투자에 나서 처음으로 251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연초부터 한국 증권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 오일머니가 1월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275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일머니는 작년 1년간 국내 주식을 1조6000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11월부터 3개월 연속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작년 10월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차이나인터내셔널펀드가 한국·홍콩·호주·싱가포르·인도 등 5개 주식시장에 투자하기로 하고 3조7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했다.
중국 내 해외 주식형 펀드로는 네 번째였으나 한국 주식시장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명시한 펀드로는 처음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장세가 안정권에 접어들면 차이나머니의 아시아권 주식 투자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글로벌 증시가 고점을 찍고 조정권으로 진입하는 바람에 투자수익률이 저조해 차이나머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며 “올해 증시가 회복되면 차이나머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중국의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접근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현재 정보기술(IT) 섹터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은 당분간 자국내 증시 부양을 위한 투자에 주력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해외 인수합병(M&A) 차원의 기업 주식 매수 등의 형태로 해외 주식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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