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정보기술(IT) 업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업체 야후를 통째로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지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사는 것을 ‘인수’라고 표현합니다. MS는 모두 잘 알다시피 굴지의 소프트웨어 제국을 건설한 회사입니다. MS는 PC 운용체계(OS) ‘윈도’를 비롯한 ‘엑셀’ ‘파워포인트’ 등 각종 사무용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할 때 필수적인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윈도 OS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고 하니 MS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증시에서도 ‘몸값(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MS가 무엇이 아쉬워 야후 인수에 나서려는 것일까요? MS가 지난달 1일 발표한 야후 인수가격은 446억달러로 우리 돈 42조원나 됩니다. 소프트웨어 판매로 현금이 넘치는 MS도 이번 인수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은행 대출까지 받는다고 합니다. IT업계의 기업 인수합병(M&A) 사례는 MS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업체가 한 달이 멀다하고 ‘빅딜’ 성사를 발표합니다. IT기업들은 왜 자꾸 덩치를 키울까요?
# M&A는 21세기 필수불가결한 비즈니스 기법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기업 M&A에 대해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거나 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했던 비윤리적인 경영 사건을 몇 차례 겪었던 까닭이지요. 이러한 거부감과는 달리 전 세계 시장에서는 기업 M&A는 필수적인 비즈니스 기법으로 통합니다. 이제 차근차근 이유를 살펴볼까요.
먼저 M&A는 신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얻는 데 주효한 전략입니다. 특히 신기술이 쏟아지는 IT업계에서는 좋은 기술을 빨리 획득하지 못하면 쉽게 도태해버리지요. 이것이 IT업계에서 M&A가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좋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때로는 관련 기술을 가진 회사를 아예 인수하는 것이 효과입니다.
MS가 야후를 인수하려는 것도 비슷한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MS는 전 세계 책상을 모두 점령했다는 표현을 들을 만큼 개인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PC에서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검색·게임·쇼핑·블로그 등 수많은 작업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MS가 주력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도 PC 기반에서 인터넷 기반으로 점점 바뀌고 있지요. 향후에는 PC에 깔린 소프트웨어 시장보다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넷 시장 점유율도 낮고 기술도 부족한 MS는 잘나가는 인터넷 업체인 야후를 인수함으로써 단번에 시장과 기술을 얻겠다고 계산한 것이지요.
M&A하는 배경에는 다른 것들도 많아요. 꼭 강조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최근 각 국가의 규제가 완화되고 IT부분 기술 융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쟁은 점점 치열해졌어요. 중복되는 사업부를 정리하고 경쟁자를 줄여 큰 시장을 먹는 것이 기업 경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고 있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은 M&A를 통해 너도나도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통합된 제품을 원할 때, M&A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기업 솔루션 분야가 대표적입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 서로 다른 솔루션을 쓰는 것이 그동안 업계 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솔루션은 관리하는 사람의 업무를 과중시키고 유지보수 비용은 늘어나게 합니다. 소비자는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솔루션을 원합니다. 이를테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에 보안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제품을 필요로 하지요. 통합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큽니다. 오라클의 피플소프트와 시벨 인수, EMC의 RSA 인수 등 IT업계에서는 회사 인수를 통해 통합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내놓고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M&A는 모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M&A는 사실 어려운 경영 기법입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까다로운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사전 작업도 힘들고, 사후 관리는 더 어렵습니다. M&A하기 전에는 피인수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현황, 자산 등을 제대로 실사하고 적정한 가격을 매기는 것은 까다로운 노하우와 정성, 시대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요. 또 회사 인수 후 합병하는 과정에서는 조직과 인력의 통합부터 제품과 기술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M&A 실패 사례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3위 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은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295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손실 주범이 M&A였습니다. 2005년 스프린트는 360억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넥스텔이라는 회사를 사들였는데 기대만큼 효과가 발휘되지 않자 인수금 대부분은 손실로 상각 처리했지요. 실제로 스프린트와 넥스텔 통합 과정에서 서비스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고객 불만이 급증하는 바람에 가입자 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 e베이도 인터넷 전화업체 스카이프를 인수한 비용을 감가상각 처리했습니다. 이는 무결점 경영인,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존경받았던 멕 휘트먼 e베이의 전 CEO의 큰 오점으로 기록됐지요.
앞으로도 수많은 기업 M&A 기사를 접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이닉스반도체·대우인터내셔널·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쌍용건설 등이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M&A 기사를 접할 때 향후 관련업계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곰곰이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도 실력도 키우고 기사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인수합병(M&A) 과정에는 수많은 전문 용어가이 등장합니다. ‘우호적 인수’ ‘적대적 인수’가 대표적입니다. 우호적 인수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합의, 협력해 기업을 사는 것을 뜻합니다. 적대적 인수는 기업이 매수되는 것을 꺼려하거나,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합의 없이 인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잘 발생하지요. MS가 지난달 초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MS는 양사의 M&A가 기업과 산업의 발전에 도움된다는 정중한 서한을 야후 경영진과 주주에게 보냈지요. 인수가격도 1월 31일 주식 시장 종가에 62% 프리미엄을 더 얹었습니다. 그러나 야후 제리 양 CEO가 공식적으로 인수 제의를 거절하자 MS는 우호적 인수를 포기하고 적대적 인수 절차를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숨막히는 기업 M&A 과정을 묘사한 재미있는 용어도 있습니다. ‘승자의 재앙(Winner’s Curse)’이라는 말이 있지요. 이 용어는 주로 경쟁업체를 제치고 원하는 기업을 인수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값에 기업을 인수하는 바람에 각종 휴유증에 시달릴 때 쓰는 표현입니다. 인수 희망자들은 서로의 가격을 철저히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수가격에 대한 거짓 정보(역정보)를 흘려 경쟁사에 타격을 입히는 경우도 있지요. 인수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 기업 인수전에서 승리했더라도 인수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상처뿐인 영광’을 얻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린메일러(greenmailer)와 기업사냥꾼(raiders)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인수 타깃으로 찍은 기업의 주식을 사모은 뒤,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 대가로 기업 측에 주식을 비싼 값에 파는 사람을 그린메일러라고 합니다. 기업 사냥꾼은 기업 인수·합병·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주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이 많습니다. 때로는 적대적 매수자를 기업 사냥꾼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적대적 인수자 앞에 피인수 기업이 쓸 수 있는 카드 중에는 ‘포이즌 필(poison pill,독약)’이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부러 지출을 늘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인수자의 경영권 인수 의지를 꺾어버리는 극약처방을 포이즌 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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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대표 인터뷰
“한국정보인증은 정부조달시스템, 보건의료시스템, 홈택스서비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 국내 전자정부 사업에 초석이 되고 있습니다.”
김인식 한국정보인증 사장은 “언제나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창의성과 열정을 갖고 땀을 흘렸던 것이 해외로 도약하는 PKI 보안 전문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청소년들도 보안의 중요성을 깨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IT강국 혹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초고속망 속도도 중요하지만, 사생활 정보와 금융 정보를 제대로 보호해줄 수 있는 보안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보안 강국이 IT강국의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김 사장은 휴대폰을 이용한 공인인증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의 거래인증서비스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