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는 한바탕 해프닝이 발생했다.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자격으로 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국내 SW를 보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SW기업인들은 흥분했다. 선거 과정에서 IT 분야에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을 나타냈던 이명박 대통령이 새 정부에서도 SW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기업인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요청했다는 사실이 잘못 전달됐다는 내용을 듣고 흥분은 가라앉았다. 한바탕 해프닝이 지나간 후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실제로 국산 SW 시연행사를 지켜볼지 주목했다. 청와대 관계자에게서 노 대통령이 요청한만큼 꼭 SW 시연행사를 지켜볼 것이라는 내용을 확인한 후 임기 3일이 남은 상황에서 기사를 출고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SW 시연행사를 지켜봤다. 임기 가장 마지막에 자신이 애정을 쏟아왔던 SW산업의 결과물을 지켜보고 떠난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사를 출고하기 이전부터 적지 않은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요지는 ‘노무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관계자들이 이 기사를 보고 SW산업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지 않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차라리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 새 정부의 SW산업 육성 정책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일등 공신은 노무현 전임 대통령이다. 노무현 정부의 잇따른 실정이 국민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것은 명백하다. 실정에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면 된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알짜 자산은 이명박 정부에서 승계해야 한다. 알짜 자산마저도 차별화를 내세워 무시하고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 SW기업인들의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유형준기자<컴퓨터산업부>@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