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심상찮다. 세계 경기 침체에 이어 국내 경기 동반 하락이라는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저성장, 고물가로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6% 성장률은커녕,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산업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서비스 수지 적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별소비세를 인하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무역수지 적자에 이어 내수 침체로 이어지면,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희망은 내수밖에 없다’는 동질감이 청와대와 내각에 형성되고 있다.
◇1월 아직까지는=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은 한국경제호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녹아 있다. 현행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생산과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200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1월 생산지수를 보면 작년 동월 대비 반도체 및 부품업종은 45.1%, 자동차는 11.0%, 영상음향통신 8.5% 등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고용과 성장이란는 두 축을 여전히 이끌고 있다. 1월 산업생산이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세고, 소비 부문에서는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호조로 4.7%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다. 차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달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2003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1월을 기점으로 경기 하락국면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투자를 확대하려던 기업조차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월 설비투자는 작년 대비 0.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설비 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전례는 지난 2년간 한 번밖에 없었다. 설비투자는 통신기기는 다소 증가했으나 반도체 제조장비 등은 투자 부진으로 작년 동월 대비 0.9% 하락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를 내세웠던 기업들은 원유, 원자재, 금리, 환율 등 이른바 ‘4중고’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소세 인하를 통한 소비 촉진이라는 처방을 내렸지만, 가전업계에서는 이미 가전제품 특소세를 없앤 후여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정책 변화 오나=강 장관은 이날 수출기업 운명과 직결된 환율과 관련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도 환율은 재무부에서 직접 행사한다”면서 “중앙은행의 처지에서는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므로 환율정책과 상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종합적으로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정부가 환율정책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고정환율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달러를 금이나 오일에 고정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해도 우리 정부는 차입, 상품 수출을 통해 달러를 들여와서 지출하는 식의 기존 통화정책이 계속 유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출과 내수를 살려야 하는 정부로서는 환율을 직접 통제해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존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 환율정책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 현 정부가 환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물가도 문제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보다 3.6% 상승했다. 지난 1월 3.9%보다는 상승폭이 줄었지만, 한국은행이 내세운 목표치 3.5%를 넘었다. 유가와 철근 및 구리, 알루미늄 등 원부자재 가격인상, 곡물가 인상 효과가 확대되면 우리 경제는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 투자 위축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바로 정부가 우려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유혹이다.
통계청은 “향후 경기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경기 불안요인의 추이에 따라 변동가능성도 있음”이라고 ‘스태그플레이션 주의보’를 내렸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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