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의 초파리 `애기장대` 과학실험 `도우미`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아시나요.’

최근 식물의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은 것은 애기장대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이뤄졌고,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인 고산씨가 우주에서 실험하기 위해 우주로 보낸 씨앗에도 애기장대가 들어있다. 이밖에 돌연변이나 각종 식물실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물이 바로 애기장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애기장대라는 식물은 생소하다. 각종 과학실험에 소재로 사용되는 식물이어서 이름은 한 두번 들어봤을지 몰라도,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식물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애기장대란 무엇일까=사전을 찾아보면 애기장대는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이다. 높이 15∼35㎝에, 뿌리잎은 모여나고 거꾸로 된 피침모양이며, 줄기잎은 피침모양에 잎자루가 없다. 4∼5월에 작고 하얀 꽃이 총상꽃차례로 줄기 끝에서 핀다. 열매는 견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와 전라남북도 지방 들판에서 자란다’고 돼 있다.

사전적인 정의는 복잡하지만, 쉽게 말하면 애기장대는 무·배추·유채 등과 함께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전 세계에 고루 분포하는 잡초다.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뿐이다.

◇식물계의 초파리 애기장대=이 흔한 잡초인 애기장대가 각종 유전학 실험에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잘 자라고 키우기 쉽기 때문이다.

애기장대는 발아해서 다음 씨가 맺힐 때까지의 1세대 기간이 약 6주로 짧아 유전학 연구에 이상적이고, 화학물질을 쓰면 다양한 형태의 돌연변이체를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또 크기가 작아 유리 용기 안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어 실험실에서 재배하기 쉽다.

꽃피는 식물 중 게놈 사이즈가 가장 작아 연구에 용이하며, 게놈의 크기가 작아도 쌍떡잎 식물에 있는 모든 기관을 갖추고 있다. 2000년 말에는 약 1억2500만개의 전체 게놈 염기 배열이 거의 완전히 해독됐다. 2만5000종의 유전자도 발견됐으며, 이 중에는 벼나 밀의 유전자와 공통된 것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애기장대는 각종 식물실험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면서 유전학 등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오늘날의 유전학 발전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애기장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