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델리카트슨 사람들
메가폰을 잡은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라는 영화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그의 첫 작품이다. 전 세계적인 흥행작 ‘에이리언 4’까지 한결같이 드러나는 감독만의 기괴한 세계관은 이 영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은 황폐해지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음식물도 못 구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인육(人肉)을 먹는다. 델리카트슨 푸줏간은 마치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도축해 내다 팔듯 쓰레기통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을 사냥해 판매한다. 잡일 인부로 채용된 루이종은 계단에서 우연히 푸줏간 집 딸 줄리를 만난다. 푸줏간 주인은 루이종을 죽여 팔아 치울 음모를 꾸민다. 푸줏간 건물의 세입자들 역시 루이종을 살해하려 한다. 줄리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감독은 다소 비현실적인 기괴함을 예술적인 화면으로 포장해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 사랑그룹 ‘뱅크’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랑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
노랫말처럼 누구나 냉담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랑하는 그나 그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평생 지켜주겠다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채인호(주진모 분)는 건달을 죽인다. 7년 후, 그녀는 가질 수 없는 사랑이 되어 돌아오고…
주제는 진부하나 서사가 주는 울림은 적지 않다. 쉬운 사랑을 거부하며 한 여자를 숭배하는 그 남자의 눈빛 때문에 그러하고, 기모노를 입은 채 쓸쓸하게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그러하다. 배우 김민준의 다소 과잉이라 여겨지는 연기는 이들의 진중함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워보려는 계산에서 비롯한 것은 아닐까.
또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느냐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곽경택감독의 내공은 역시 만만치 않다.
◆조디악(Zodiac)
데이빗 핀처 감독의 최신작 ‘조디악’이 금주에 출시된다. 1968년, 자신이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편지가 샌프란시스코의 한 신문사로 전달된다. 동봉된 암호문을 함께 게재하기 않으면 계속 살인을 일삼겠다며 신문사를 협박하는 것이다. CIA, FBI, 국가안전보장국 등에서 파견된 암호해독전문가들은 암호문을 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나 신문사의 삽화기자가 암호를 해독한다. 그는 직접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서고…
이 영화는 196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된 실화다. 결국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종결됐다. 데이빗핀처 감독은 국내 팬들에게 ‘에이리언3’,‘"세븐’,‘파이트클럽’,‘패닉룸’등으로 사랑을 받았다. 씨네웰컴(www.cinewel.com)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정진욱기자@전자신문,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