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와 생산자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다르게 느껴져요. 사업도 마찬가지에요.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다 해도 시기와 접근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와요.”
정현철 BcNE글로벌 부사장은 좋은 빈티지와 우수한 품질에 높은 점수를 주는 와인처럼 사업에도 시기와 철저한 품질관리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초 소프트포럼을 떠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서 연구교수 생활을 했던 정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떠나있던 일년 반이 와인과 경영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벤처기업을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과정을 거쳤지만 자신을 뒤돌아 볼 시간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어떻게든 빨리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했죠. 어떤 제품이던 ‘적절한 시기(Time to market)’와 우수한 품질이 중요하죠.”
정 부사장은 적당히 숙성된 와인이 참 맛을 내듯 IT제품도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나온 제품이 빛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일 년 반을 쉬고 중계기 업계로 되돌아온 그는 과거보다 훨씬 활력에 넘쳐보였다. 그를 활기차게 한 건 바로 와인이었다.
“재충전을 하는 동안 와인을 마시면서 IT업계나 금융권 인사들을 많이 만났어요.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와인이야기를 하게 되면 시선이 저에게 집중되더라고요.”
과거 각종 모임에 나가면 그저 자리만 채우고 있었다는 정 부사장은 와인을 알고 난 후부터 모임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비즈니스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 비법을 알아냈다고 귀띔한다.
그가 와인을 즐긴 건 이제 2년. 하지만, 그의 와인 지식은 이제껏 만났던 어떤 CEO보다 깊이 있다. 틈나면 관련 서적을 보고 매번 다른 종류의 와인을 마셨기 때문. 그는 그라나쉬 품종을 좋아한다.
“그라나쉬에서 나오는 오크통냄새를 좋아하는데 흙냄새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스페인이나 프랑스 론지방의 와인들이 그라나쉬를 많이 사용해 그 지역 와인을 좋아해요.” 그는 ‘교황의 새로운 성’으로 불리는 샤또네프뒤빠쁘(Chateauneuf du Pape)의 ‘보까스텔 샤또네프 루즈’를 추천했다.
BcNE글로벌에서 제2의 도전을 시작한 정 부사장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건배하자며 잔을 기울였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사진=박지호기자
◇정현철 부사장의 추천와인
와인: 보까스텔 샤또네프 루즈(Beaucastel chateauneuf Rouge)
빈티지: 2004년
생산국 및 지역: 프랑스 론
종류: 레드(Red)
포도품종: 무로베르드30%, 그라나쉬30%, 시라10%, 쎙소10%, 기타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