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에 찾아간 포스텍(포항공대) 캠퍼스는 봄기운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그러나 포스텍 본관과 나란히 자리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원장 류경렬)에 들어서면 이 같은 봄의 감성이 사치임을 알게 된다. 연구 기자재들은 결전을 앞둔 날 선 무기처럼 시퍼렇고, 연구원들의 눈빛은 계절을 잊은 듯 치열하다. ‘현장에서 활용되지 않는 기술은 기술이 아니다’를 모토로 지난 3일 개원 21돌을 맞은 RIST의 연구 현장을 직접 찾아 봤다.
가장 먼저 발길을 잡은 RIST 연료전지연구단에는 20여명의 연구원들이 맡은 연구에 몰두하느라 낯선 방문에도 미동이 없다. 발전용 연료전지 개발에 착수한 지 7개월만인 지난해 말 2㎾급 SOFC형 발전용 연료전지 스택을 자체 제작·가동한 것이 우연한 성과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연료전지 연구원들의 목표는 2012년까지 150㎾급 발전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내달이면 5㎾급 스택도 개발완료될 예정이다.
지난 1987년 설립 이후 줄곧 생산현장 중심의 연구활동을 펴 지금까지 부품·신소재와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1만여건의 연구과제를 수행, 7600여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했다.
실용화기술 연구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개발 기술의 90%(투자효율 2.2배) 이상이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됐다. 보통 개발기술의 60% 정도만 돼도 우수한 실적으로 평가받는데 비해 RIST의 현장 활용률은 단연 국내 으뜸 수준이다. 184명의 연구원과 150여명의 기술지원요원들이 생산현장과 연구실을 밤낮없이 오가며 노력한 결실이다.
주요연구성과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플라스틱에 비해 재활용성과 전자파 차폐능력이 탁월해 휴대폰, MP3, 컴퓨터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마그네슘 판재 대량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추동균 마그네슘 연구단 연구원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며 “2010년에는 이를 포스코에 적용, 연간 3000톤 규모 생산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도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돼 매연여과장치(DPF)에 대한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RIST는 현재 DPF의 핵심 소재인 필터소재 개발이 한창이다. 이 기술도 이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중환 연료전지연구단장은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는 SOFA형 연료전지의 기술확보에 이어 지난해 10월 MCFC형 연료전지공장 착공식을 했다”며 “올해 말까지 250㎾급 내부 개질형 MCFC 시스템을 국산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의 현장에서 본 RIST의 5년 뒤 세계 톱클라스 진입 목표가 허언은 아닌 듯하다.
포항=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류경렬 원장
“RIST는 전문 구기관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지난 2004년 경영혁신기법인 6시그마 방법론을 R&D 활동에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프로세서를 통해 기술개발을 의뢰한 고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류경렬 원장은 “연구원들 모두가 BB(Black Belt) 인증을, 지원요원은 전원이 GB(Green Belt) 인증을 획득함에 따라 보다 효율적으로 연구성과를 실용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원장은 “이 같은 연구활동을 통해 향후 5년 내에 세계 톱클라스(Top Class) 연구기관이 되도록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현재 어떤 연구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RIST 연혁
1987년: RIST(산업과학기술연구소)설립
1995년: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정(금속분야 최초)
199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으로 국문 명칭 변경
1999년: 창업보육센터 사업자 선정(민간연구기관 최초)
2000년: 최우수 국제공인시험기관 선정(산업자원부)
2001년: 용접연구센터 유치(국내 유일), 신뢰성평가센터 지정(기초소재 금속분야)
2003년: 포스코와 연구개발 체제 개편
2004년: 6시그마 본격 추진(민간연구기관 최초)
2006년: 마그네슘 판재 양상기술개발, 연료전지 실험동 준공
2008년: 창립 21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