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 유입 사태를 계기로 정수기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된 가운데 정수기업계가 유해물질의 제거 효과를 놓고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저마다 페놀과 포르말린 등 유해물질을 정수하는 데 자사가 채용한 방식이 훨씬 우수하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수방식은 사용하는 필터에 따라 크게 ‘역삼투압 멤브레인 필터’와 ‘중공사막 필터’를 이용한 방식으로 나눈다.
웅진코웨이(대표 홍준기)와 청호나이스(대표 황종대)는 멤브레인 필터를 이용해왔다. 이 필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0.0001미크론의 기공(구멍)을 통해 물을 거른다. 두 업체는 미세한 이물질을 완벽하게 거른 ‘깨끗한 물’을 강조해왔다.
교원L&C(대표 장평순)는 중공사막 필터를 쓴다. 이 필터는 구멍이 0.01미크론으로 멤브레인보다 다소 크지만 미네랄 등 유익한 성분을 보존한다. 교원L&C는 미네랄을 담은 ‘건강한 물’을 내세워 선발업체를 뒤쫓고 있다.
멤브레인 필터를 채택한 한 업체는 ‘깐깐한 물’이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 진단했다. 필터의 기공이 작기 때문에 미세 유기물과 결합한 페놀까지 완벽하게 걸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놀은 막을 통해 걸러지는 물질이 아니다. 유기물을 거른다. 페놀 같은 유해물은 ‘활성탄’으로 만든 카본필터가 제거한다. 활성탄은 숯의 일종으로 미세한 구멍이 많아 페놀, 포르말린, 냄새가 나는 유해 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다.
대규모 정수처리 시설도 활성탄을 쓴다. 한 번 여과한 맑은 물에 활성탄 분말을 뿌린다. 과거에는 이 역할을 염소나 오존이 담당했다. 91년 낙동강에 페놀이 유출 되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대구시는 이 사건 이후 매곡 정수장에 2미터 길이의 입상 활성탄 정수처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수기 업체의 기싸움은 여전하다. ‘물이 활성탄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활성탄의 질을 따져보자’는 식이다. 멤브레인 필터는 역삼투압(RO) 원리로 막을 통과할 물을 밀어낸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역삼투압 방식이 유량이 많고, 유속은 느려 카본필터의 능력을 보다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원L&C는 ‘압축 활성탄’을 강조했다. 입자를 곱게 빻아서 다시 뭉친 활성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흡착력이 타 회사보다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수질관리 전문가들은 어느 쪽 손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송희 수자원공사 수처리 담당부서 차장은 “정수장에서 만드는 식수는 가정용 정수기보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처리시설만 제대로 거쳐도 페놀의 식수허용 기준치인 0.005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 어떤 방식의 필터가 페놀을 더 잘 거르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윤주기자@전자신문,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