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사,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 앞두고 `위기`

 모든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화 등을 의무화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오는 4월 11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운용 방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유료방송 사업자 전체가 범법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내달 11일 이후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위성 및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 사건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를 비롯한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막대한 제작 비용 부담과 제작 인프라 미비,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자막 및 수화 의무화 조치에 난색을 표시, 이들 전체가 벌금 등 사상 초유의 대규모 행정처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화원 의원(한나라당)이 방송사업자별·방송매체별 특성을 감안, 의무 시행 및 적용 방안·유예 기간 등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예외조항 신설을 골자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방통위(옛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예외조항 전체 삭제를 요구, 개정안 입법 논의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방송사업자들은 당장 4월 11일부터 모든 프로그램에 자막 및 수화 등을 의무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화원 의원실 김용환 비서관은 “임시국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개정안 입법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는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자막 및 수화 방송이 의무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최악의 사태에 법이 시행되는 날을 기준으로 방송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 조치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TV와 위성방송, DMB 사업자들은 “장애인의 방송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법률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막대한 제작 비용 부담과 제작 인프라 미비,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이행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상파 DMB 관계자는 “6개 지상파 DMB 사업자 연평균 광고 수주 금액이 10억원 정도인데 법률 규정을 이행하는 데 18억원가량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차라리 벌금(3000만원)을 내는 게 더 낫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장애우 관련 단체를 비롯, 시민단체가 적극 지지해 온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초부터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법률이 작년에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업자가 무대책으로 1년여를 보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편 지난해 4월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1조)’은 지상파 방송을 포함,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위성방송 등 모든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자막과 수화 등을 의무화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