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고객 밀착 연구 활발

 ‘인류학자보다 꼼꼼하게, 스토커보다 더 치밀하게 고객을 살펴본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업체의 고객 연구가 활발하다. 소비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각종 사회과학 기법을 동원하기도 하며 인문학자를 통해 관찰을 하기도 한다.

LG전자(대표 남용)는 지난해 전략기획팀 산하에 인사이트 마케팅 그룹을 신설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영국·프랑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20개국에서 약 1만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휴대폰 등의 설계에 일부 반영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전 세계 연령별·지역별·계층별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설문·면접 조사가 아니라 소비자가 귀찮아 할 정도로 집요하게 행태를 관찰하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LG전자 측은 이 같은 조사를 거쳐 20개의 소비자 유형을 분류했다. 유럽·북미 등 지역별 소비자 특성을 반영해 다시 세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조사 결과를 이미 프라다폰, 뷰티폰, 와인폰 등에 적용했다. 앞으로 전 제품의 개발 과정에 확대 적용한다.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오픈마켓인 11번가 서비스에 앞서 자사 HCI(Human Centered Innovation)팀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구매 행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정낙균 SK텔레콤 커머스사업본부장은 “오픈마켓에서 소비자와 판매자의 행태를 인지심리학 입장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간 대화를 통한 구매인 ‘채핑’, 판매자들의 상품 일괄 등록 등 차별화한 서비스 구현했다.

 인텔코리아(대표 이희성)는 기술 확산을 위해 실제 현장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를 다시 기술 변화에 응용했다. 최근 공개한 의료용 기술인 MCA(mobile clinical assistant)를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울산대학교 병원, 모악보건진료소 등 실제 환경에서 한 달 이상 활용했다. 착 웡 인텔 아태지역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담당 이사는 “의료진과 심층적인 대화와 관찰로 이들의 업무를 이해하고 실제 사례에 적용해서 구현한 것으로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인텔은 이 같은 소비자 연구를 위해 본사에 개발자 및 기술자로 구성된 ‘PaPR’(People and Practices Research) 그룹을 두고 여러 문화권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들 회사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최근 소비 행태는 뭘까. IT 융합 추세가 다소 주춤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기술 자체보다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 감성적 요소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