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발사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탑승 우주인을 전격 교체한 이유는 고산씨의 부주의와 과욕으로 인한 것으로 판명됐지만, 당국의 관리책임 부실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서 한 번 실수를 했기에 더욱 관리감독이 필요했는데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훈련을 받는 현지에 전담 관리인까지 파견돼 있었지만 실수가 반복됐다.
◇무엇이 문제였나=고산씨는 훈련과정에서 두 번이나 규정을 위반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실수의 경중보다는 반복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의 사소한 실수도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훈련과정에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지난해 9월 고산씨는 한국으로 짐을 부치는 과정에서 외부 유출이 금지된 훈련교재를 반출하는 실수를 했다. 한 달 뒤 교재를 반납했고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항우연에 공식 항의하기는 했지만 실수로 인정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지난 2월 하순 고산씨가 자신의 교육과 관련 없는 훈련교재를 임의로 빌려 사용하다 적발되며 다시 한번 규정을 위반했다. 당시 고산씨는 실험 우주인 자격인데도 조종 우주인 교재를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사소한 실수라도 반복된 것은 문제가 있는만큼 탑승 우주인 교체를 권고하게 됐다.
◇당국 관리부실론 제기=교육과기부는 탑승 우주인 교체를 놓고 고산씨의 개인적인 실수와 과욕이라고 해명했지만 당국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현지에 파견된 우주인 전담 관리인이 제 역할을 못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목 교육과기부 기초연구국장은 “탑승 우주인 후보가 교체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교체된 적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이어 “지난해 9월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관리위원회가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고 고산씨에게 경고와 주의를 줬다”며 “그런데도 유사 사건이 재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탑승 우주인과 예비 우주인의 역할이 바뀐 사례는 파악된 것만 4건이다. 앞선 4건의 사례는 모두 탑승 우주인의 갑작스러운 질병 등 의학적인 문제로, 이번 사례처럼 실수의 반복으로 인한 교체는 없었다.
◇우주인 프로젝트 차질 없어=백홍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탑승 우주인과 예비 우주인의 임무를 바꾼 것일 뿐, 한국인 우주인 배출은 계획대로 진행된다”며 “지난해 9월 탑승 우주인이 고산씨로 결정된 뒤에도 이소연씨는 고산씨와 동일한 훈련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산씨는 탑승팀에, 이소연씨는 예비팀에 소속돼 훈련을 받아왔다.
한국 우주인은 오는 17일과 18일 러시아 모듈 일반사항·수송선·발사과정·도킹·귀환과정 등을 포함한 우주인 최종시험을 치르고 19일 우주인 최종결정위원회에서 최종 탑승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소연씨가 다시 교체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5일에는 최종 의학검진을 실시하고 26일에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로 이동, 탑승 준비에 들어간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