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제값 주고 우수한 개발자를 쓰고 개발자는 몸값 이상으로 개발 결과를 안겨주는, 기업과 개발자가 함께 윈윈하는 SW개발 풍토를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로 6년째 온오프라인 프리랜서 개발자 모임 ‘F랜스(www.flance.net)’를 이끌고 있는 최시찬 시솝(35)의 흔들리지 않는 바램이다.
그가 F랜스를 만든 것은 IT벤처 거품이 사라지던 지난 2002년. 자신을 포함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여러 개발자를 보면서 부터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는 사람, 즉 인맥이 넓어야 개발 일거리도 생기고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현재 F랜스는 ‘고급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기업의 개발자 구인 문의가 꾸준하게 들어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라는 이유 하나로 문호를 개방하다 보니 한때는 회원 수가 1000명에 육박했지만 개발 역량까지 담보해낼 수는 없었다.
“두 차례 살생부를 만들었고, 일거리에 급급해 저가에 팔려가는 개발자나 F랜스를 믿고 의뢰했는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개발자는 가감없이 불량회원이란 이름으로 강제 탈퇴시켰습니다.”
현재 F랜스 회원은 150명 정도다.
개발자들로부터 원성도 높았지만 최 시솝은 후회하지 않는다. F랜스 소속 회원은 기업에서 신입 개발자는 월 250만원 이상, 중급 이상 개발자는 350만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그는 “저임금의 단순 노동형 프로젝트는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능력 있는 전문 개발자를 원하는 기업은 우리를 찾는다. 이러한 원칙과 나타난 현상이 F랜스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다”고 말했다.
F랜스의 이력만큼 그의 경력도 독특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PC를 접했고, 하드웨어나 게임 등 청소년의 일반적인 관심사 보다는 PC내부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등 SW 쪽에 심취했다.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에서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세계를 파악했을 때는 고등학생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PC교육학원의 강사로까지 스카우트될 정도였다. PC를 이용해 시험문제를 만들고 처리하는 교육용 SW를 직접 개발한 사례는 지금은 우습겠지만 당시로서는 극소수만이 가능했던 일이다. 한때 그의 이름을 딴 시찬스 홈클리에이터라는 소규모 네트워크 회사를 차려 짭잘한 재미도 봤지만 PC방이 생겨나면서 접고 현재 프리랜서 개발자로 돌아와 대기업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고 있다.
“개발인력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기업은 능력 있는 개발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기업과 개발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몇 백만원이 아까워 싸구려 개발자를 쓰면 몇 천만원의 손해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개발자 역시 받는 임금의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업에 외칩니다. 제값 내고 능력 있는 프리랜서를 이용하라고.”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