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권이 이달부터 발급된다. 하지만 지문을 뺀 얼굴 정보만을 IC칩에 담도록 돼 있어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난달 26일 국회를 통과한 여권법 개정안에는 지문 정보를 2년 후 담도록 돼 있다. 전자여권은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을 위해 도입한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달 전자여권 관련 업무보고를 마치고 신청 공무원에 한해서 전자여권를 발급하는 시범사업을 5∼6개월 동안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외교통상부 전자여권추진단 한 관계자는 “전자여권 시범 발급사업 기간에 전자여권 발급 및 전자여권 통합관리 시스템 운용 등으로 안정성을 점검하고 상반기 내 여권 접수 대행기관을 현재 66곳에서 102곳으로 대폭 늘려, 9월 이후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자여권 전면 보급에 나선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당초 전자여권 IC칩에 얼굴·지문 등 바이오 정보를 담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을 위해 전자여권은 도입하되 지문은 2010년 1월부터 입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정부의 전자여권 도입으로 인해 산업에 미치는 긍적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문 정보 입력 제외로 성장동력산업으로 발돋움 중인 국내 바이오인식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되기 때문이다.
지문 정보는 얼굴 정보의 낮은 인증률(지문 90% 이상, 얼굴 60∼70%)을 보완함은 물론이고 본인 확인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도입이 늦춰지고 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내년 6월부터 전자여권에 지문 정보를 수록할 예정이다.
이재원 슈프리마 사장은 “전자여권에 지문 정보가 빠지면 출입국 수속 간소화와 정확한 신분 확인이란 전자여권의 의의가 대부분 사라진다”며 “특히 범죄자가 성형수술 등을 했을 때에는 인식할 수 없어 본인 확인의 신뢰성이 떨어져 지문 정보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안면 인식 기술을 보완하고 본인 확인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문 정보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국내 지문 인식 기술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지문 정보를 활용한 개인 정보 유출 피해 사례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전자여권은 외산 일색으로 구성돼 IC칩 및 COS 수요 창출 효과도 적다. 전자여권 e커버사업(예산 320억원)을 지난해 수주한 LG CNS가 인피니언과 NXP·TCOS와 젬알토 등 외산 칩과 외산 칩 운용SW(COS)를 각각 제안, 연말께 400만장을 공급해서다. 특히 전자여권 특성상 초기 납품 제품을 타사 제품으로 바꾸기 힘든 탓에 국산 IC칩과 국산 COS는 국내 전자여권 시장에 진입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게다가 전자여권 관련 실적이 없어 해외 진출도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수민·한세희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