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일은 언제 하라는 거야.”
얼마 전 지인과의 저녁 자리에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야근도 모자라 휴일도 반납하고 출근하는 와중에, 교육 수료까지 독촉하는 회사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란다.
바쁜 업무가 마무리될 때까지 교육을 미루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니 회사 규정상 교육도 업무와 마찬가지로 기한 내에 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외부 교육 참석차 며칠 자리를 비우면 결국 업무만 산더미처럼 쌓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재양성 차원에서 직원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해 온 CEO가 듣는다면 참으로 힘 빠지는 반응이 아닐까 싶다. 물론 교육받을 여유도 없이 일에 쫓기는 직장인의 현실은 안쓰럽다. 당장 이번 달 실적을 맞추기에도 24시간이 모자란데 자기계발에 신경쓸 틈이 있겠는가. 하루하루 허덕이는 실무자들에게 교육이란 ‘바쁜데 또’라는 짜증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가장 필요한 건 총알이다. 아무리 뛰어난 병술과 병법도 총알 없이는 빛을 발할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갑자기 내 총알이 바닥났다고 느끼는 순간처럼 당혹스러울 때가 있을까. 자기계발을 통해 평소에 채워놓지 않으면 어느 한순간 무장해제된 자신을 발견하는 황망한 날이 오고야 만다.
기업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EMC는 본사 차원에서 연 매출의 10∼15%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한다.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읽고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다. R&D 투자가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듯 개인도 자신에 대한 R&D 없이는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기업의 R&D가 ‘리서치 앤드 디벨로프먼트(Research & Development)’라면 개인의 R&D는 ‘리프레시 앤드 드림(Refresh & Dream)’이 아닐까. 아무리 바빠도 나의 쇄신과 꿈을 앞지를 만큼 소중하지는 않다. 구구한 핑계와 변명을 물리치고 자신을 위한 투자에 시간을 할애하자.
유지윤 한국EMC 과장 Yoo_JiYoon@em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