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 사업단장

[나의 소장품]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 사업단장

 일요일 아침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티스푼 수집함으로 향한다. 30여년 전부터 하나씩 사서 모은 것이 이제 벌써 60개가 넘는다. 에펠탑이 조각된 것, 미키마우스 모양, 그리고 대만의 지도가 그려진 것까지.

 10여년 동안의 미국생활은 집과 학교, 집과 직장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다. 젊은 과학도로서 나는 지식의 부족함보다 상상력이 고갈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래서 시간만 나면 여행을 떠났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재충전됐다. 처음에는 그저 그걸로 만족했지만, 일이 더욱 바빠져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여행의 추억을 쉽게 되살려 간접적이나마 여행 효과를 늘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티스푼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의미를 가지고 티스푼을 모은 것은 아니었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것들은 가격도 비쌀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짐이 배가 돼 번번히 포기하게 됐다. 그래서 작고 가벼운 것을 찾다가 티스푼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도 싸고 장식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수집용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남들은 ‘그깟 티스푼이 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티스푼은 여행의 즐거움을 되새기게 해주는 좋은 소품이다. 작고 싼 것으로 정신적인 만족감을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때로는 숟가락 중 가장 작은 티스푼에서 얻은 상상력이 나를 ‘나노’라는 극소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아닌지 가끔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며 웃어본다.

 jwlee@nanotech.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