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볼수록 기막히다. 행정지도를 하려 해도 법이 없어 아예 민원을 돌려보낸단다. 접수된 민원은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데 받아놓고 처리하지 못하면 일이 더 커질 테고, 그렇다고 기약할 수도 없으니 상책은 돌려보내는 것이란다.
‘잃어버린 10년’의 얘기가 아닌 새 정부 얘기다. 지식경제부 소속으로 넘어간 우정사업본부 지역 체신청의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철밥통 하급 공무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10여년간 관련 업무만 수행해온 6, 7급 공무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자발적으로’ 혹은 ‘편법’으로 처리하느라 속 탄다.
오랫동안 해온 일인데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무작정 손놓을 수 없으니, 급한 사안은 방통위로 이첩도 하고 급하지 않은 일은 민원인을 설득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무턱대고’ 통폐합하자고 했던 게 잘못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당장 뽑으라”고 지시한 전봇대와 주파수를 최소한 동일하게만 봤어도 이런 상황이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시 눈에 보이지 않는 주파수가 ‘제4의 영토’로 불리고, 그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줬다면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을까.
현재 지방 체신청의 관련 인력은 행정직원 포함해 200명 정도다. 우정사업본부 몇 만명 군단 속에서도 금융이나 우편업무가 아닌 정보통신업무라는 다소 동떨어진 일을 하면서 소외감도 얻었지만, 직급에 관계없이 전문가라는 자신감도 컸다.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메일을 보내온 체신청 공무원은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내 자리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조직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게 급선무 아닙니까. 우리 중 누가, 얼마나 자리를 옮기든 지금은 방통위 지역 조직 설립 근거를 만들고 업무를 하나로 합치는 게 우선입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