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1세대 창업자 책임론

 김남주 웹젠 사장이 물러났다. 김 사장은 30대 초반 고졸 출신 엔지니어로 창업 3년 만에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벤처의 성공 신화를 썼던 인물이다. ‘뮤’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일약 스타 덤에 올라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김 사장은 전문 경영인에게 물러 줘야 할 때라며 퇴임의 변을 대신했다. 사실 1세대 게임 창업자의 퇴진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넷마블 방준혁, 한게임 김범수, 넥슨 김정주, 엠게임 손승철 등 2000년 초반까지 현장에서 뛰던 1세대 창업자는 해외 사업 등을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다. 대신에 이 자리를 전문 경영인이 채우고 있다.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 오히려 기업이 도약하는 데 세대 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 성장 기반을 닦는 창업자와 이후 기업을 이끌 전문 경영인의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장에서 물러난 이 후의 행보다.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1세대 게임 창업자 대부분은 ‘대박’을 맞은 인물이다. 본인이야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는 게 불편하겠지만 이들은 아직도 ‘성공 신화’의 대표 인물로 게임업계에 살아 있다.

 이들은 성공까지 보이지 않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뿐이었을까. 과연 개인의 열정과 노력 만으로 성공했을까. 이들은 모두 온라인 게임으로 이정표를 만들었다. 온라인 게임이 성공한 가장 큰 배경은 앞선 인터넷 환경이 크게 기여했다. 컴퓨터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도 작용했다.

 이들과 직, 간접적으로 경쟁을 벌인 수 많은 업체의 견제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기업의 성공은 당시 사회 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 마디로 재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시절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임 산업계는 지금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이전처럼 대작 게임이 나오지 않아 전체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게임 중독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명박 정부는 게임에 대해 이전 정부와 달리 상당히 우호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계의 시선을 놓지 않고 있다.

 1세대 게임 개척자의 역할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이 지닌 부가가치에 비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데는 게임업계 성공이 결국 특정 업체나 개인의 성공으로 끝났다는 시각이 크게 작용했다. 온라인 게임의 핵심은 ‘롤 플레이(role play) ’이다. 세대 교체의 의미는 결국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이다.

 거창한 사회 공헌 사업이 아니더라도 게임 산업계를 위해 1세대의 역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게 바로 게임업계에 몸 담은 창업자의 책임이자 숙명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