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과 IT서비스 및 컨설팅업계가 올해 그린IT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10개 기업 가운데 한 곳은 그린IT 전용예산이 있고, 신규로 예산 배정을 검토 중이라는 기업도 적잖아 올해 그린IT 시장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투자대비 효과(ROI) 산출이 어렵고 운용경비 및 투자비 부담 등의 이유를 들어 친환경 기업에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자신문이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케팅인사이트와 공동으로 7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IT 인지도 조사 결과다.
◇기업 13%, 그린IT 예산 배정=기업 실무자 142명 응답자 가운데 13%인 19명이 사내에 그린IT 전용예산이 있으며 올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그린IT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39억5000만원으로 한 기업당 2억원꼴이다. 기술개발(47%)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 26%), 부품구매(21%)에도 예산을 많이 배정했다. 규모별로는 종업원 1000명 이상 중견기업(52%), 업종별로는 IT서비스 및 컨설팅업계(60%)가 투자를 주도해 대기업 중심으로 그린IT에 시동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솔루션·하드웨어·통신서비스·통신/방송장비 업계는 물론이고 일반 제조·서비스·금융·건설 등 비IT 기업도 관심이 높았다. 그린IT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단계임을 보여줬다.
시장 초기답게 그린IT 전담 조직을 갖춘 기업은 드물었다. 142명 응답자 가운데 사내에 그린IT 전담 부서를 운영한다는 응답자는 22명으로 전체의 15% 선이었다. 친환경팀(품질)에서 그린IT를 추진한다는 응답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전산실(7명), 기획/컨설팅(6명),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시설관리 등 기존 조직에서 그린IT 전략 수립과 실행을 겸했다. 일단 준비는 하되 전면적인 도입은 당분간 관망해보겠다는 기업들의 생각을 반영했다.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그린IT 추진=기업들은 데이터센터(IDC)의 효용성 강화 차원에서 그린IT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사 차원으로 아직 확대되지 않은 셈이다.
전사 차원에서 환경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 142명 중 20%(28명)였다. 폐기물과 유해가스 등 환경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걸쳐 환경을 고려 중이라는 응답자 역시 22%(31명)로 나타났다.
그 대신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서버와 스토리지 수를 줄이고 있거나 줄일 계획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6%(79명)나 됐다. 응답자의 52%(74명)가 에너지 소모량을 감안해 IDC를 선정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이라고 답했다. 서버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대기모드로 자동전환했거나 할 예정이라는 의견도 50%(71명)에 달했다. 또 친환경의 에너지 효율이 높은 부품을 사용하거나 예정이라는 의견도 유사한 수준인 53%(76명)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고전력을 소비하는 IDC의 성격상, IDC 관리에서 그린IT가 출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ROI 산출 어려워=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 실무자들은 그린IT 추진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대비 효과(ROI) 산출이 어려운 점을 1순위(32%)로 꼽았다. 여타 전산시스템이나 프로젝트와 달리 그린IT는 개념에서나 다루는 범주에서 워낙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같은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에너지 효율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30%), 운용경비 및 투자비 부담(20%), 관련 정보 부족(17%)도 애로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답자의 38%가 정부에서 친환경 기업에 감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냉장고·에어컨 같은 가전제품처럼 전산시스템 및 IT기기에도 에너지 효율 정책을 강제화한다(22%), 에너지 효율 제품을 구매하는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19%)해 그린IT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의견들도 함께 제기됐다.
◆어떻게 조사했나
조사대상자 752명 가운데 142명은 지난달 21일 본지 주최 ‘그린IT 그랜드 콘퍼런스’에 참가한 기업 실무자들로 그린IT 관련 업무를 맡은 담당자다. 나머지 610명은 일반인으로 15세 이상 전국 남녀를 나이별·성별·지역별로 고르게 표본 추출했다. 조사는 크게 기업과 소비자 항목으로 나눠 각각 △인지도 △실제 구현 정도 △투자계획 등을 물었다. 기업에 관한 항목은 콘퍼런스에 참가한 기업 실무자에 한해 질의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아무래도 관심이 높다고 볼 때 전반적인 인식 수준은 높을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 소비자 관점에서의 항목은 기업 실무자와 일반인에게 동일하게 질문했다.
◆일반 소비자들도 그린IT 지지
‘좀 비싸도 그린IT 제품을 구매하겠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도 그린IT를 지지했다. 사회 전반에 웰빙,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흐름을 반영하듯 가정 주부는 물론이고 학생들까지 그린IT 관련 제품에 지갑을 열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기업들이 그린IT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조사에서 일반 소비자 10명 중 9명(87%, 752명 조사)이 그린IT 필요성을 인정했다. 특히 이 중 4명은 그린IT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부 응답자의 지지의견이 평균치와 비슷한 것(86.9%, 82명)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제품 구매를 결정할 때 주부의 영향력이 높기 때문이다.
10명 중 5명(52.9%)은 일반 제품과 비교해 친환경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5% 정도 비싸다면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실무자는 의지가 더 강력해 5%가 인상돼도 구매하겠다는 응답자가 무려 64%(91명), 10%가 비싸도 사겠다는 응답자도 33%(47명)나 됐다.
소비자의 평소 친환경 의식 수준도 높아 10명 중 7명(67.3%)은 에어컨·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구입 시 소비전력을 확인했다. 10명 중 6명 정도(61.6%)는 점심시간이나 외출할 때 PC를 끄고 나가며 휴대폰 충전이 끝나는 대로 충전기 전원 코드를 뽑는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52%나 됐다.
정은아 ETRC 연구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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