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전화통화를 하는데 여기를 ‘은행’이라고 말하더군요.”
작년 11월 ATM을 설치한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강남본부의 전영근 지점장은 ATM 설치 후 고객 반응을 이렇게 소개했다.
현금자동입출기(ATM)·현금지급기(CD)·잔액조회기 등 자동화기기를 설치하는 증권사가 크게 늘고 있다.
은행권 자금을 대거 빨아들인 자산관리계좌(CMA) 열풍에다가 금융기관간 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을 앞두고 증권사가 대고객 서비스 강화에 나선 결과다.
◇자동화기기 속속 도입=선두 증권사 대부분이 지점 내 자동화기기 설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CMA 상품으로 히트를 기록한 동양종금증권.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지점에 ATM을 설치 중이다. 새롭게 개설하는 지점에도 의무적으로 ATM을 놓고 있으며 지점 요구에 따라서는 한 대 이상도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각각 작년 말과 올 초부터 지점에 자동화기기를 깔고 있다. 양사 모두 13개 지점에 설치를 끝냈다. 이대희 현대증권 업무개발부장은 “수요가 있는 지점에 우선적으로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략상 ATM이 아닌 CD를 지난해부터 설치 중이다. 현재 149개 지점 가운데 50군데에 CD 구축을 마쳤으며 순차적으로 나머지 지점에도 설치할 계획이다. CD를 설치한 것에 대해 회사 측은 “자산관리 고객이 많은만큼 입금은 상품 상담 후에 진행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다음달부터 대고객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잔고조회기를 지점에 비치한다. 강홍구 대우증권 홍보실장은 “요청이 있는 곳에 우선적으로 구축하겠지만 결국은 모든 지점에 설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통법 시행 후 더욱 확산 전망=증권업계의 자동화기기 설치는 수시 입출금을 특징으로 한 CMA 열풍도 영향이 있지만 내년 시행 예정인 자통법이 주요 요인으로 파악된다. 이르면 이달 확정될 시행령에 구체화하겠지만 증권사에서 공과금 납부 등 소액 결제 기능이 부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기관 간 벽을 허무는 것이 골자인 자통법으로 인해 증권사와 은행과의 인프라 경쟁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병성 한투증권 IT전략기획부장은 “자통법으로 증권사에 소액 결제 기능이 추가되면 창구에서 빈번하게 입출금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ATM업체인 한국전자금융의 박규상 금융영업본부 상무는 “ATM으로 증권사가 은행 역할을 할 수 있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동화기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대형 증권사가 먼저 움직이고 중소형사가 뒤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