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컵의 에코 지수는?’
일반적으로 유리컵이 환경친화적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컵에 비해 유리컵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유리컵도 환경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 유리컵은 우리 환경을 두 번 이상 파괴한다. 일단 제조 과정에서 환경에 나쁜 고온의 열과 화학물질이 쓰이고 씻을 때 사용하는 세제도 친환경적이지는 않다.
유리컵도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환경전과정평가(LCA-Life Cycle Assesment)’에서 알려졌다. 건국대 친환경제품&시스템연구소(소장 허탁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국내 LCA 분야 핵심 연구소 중 하나다. 이 연구소는 제품 제조와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환경성 평가 중 하나인 LCA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제품의 생성·소멸 전 과정을 알아야 제대로 된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된 연구는 관련 학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연구소는 LCA에 집중됐던 연구 방향을 최신 트렌드인 친환경 제품 설계(eco-design)와 환경규제진단시스템 구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에코 디자인은 국제 학계에서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최신 학문이다. 또 제품 수출 시 넘어야 하는 각종 환경 규제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환경규제진단시스템 연구(N-CER·Network for Compliance with Environmental Regulations)는 국가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프로젝트. 이와 관련, 최근 지식경제부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성과도 좋은 편이다. 이 연구소가 직접 운영하는 환경규제진단시스템은 현재 회원사만 3000여개에 이른다. 회원사는 이 사이트에서 국가별 상이한 환경 규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허 교수는 “국내·외 로펌과 연계해 실제적 자문도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규제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며 “친환경 제품의 인지도가 높은 유럽의 규제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보호와 무역 둘 다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허탁 건국대 친환경제품&시스템연구소장
“다음엔 물질의 흐름을 분석하는 동적 연구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허탁 교수는 다음 도전 과제로 ‘물질흐름 분석’을 들었다. 허 교수는 “자연자원이 묻혀 있는 양과 지역을 보는 ‘정적 연구’ 시대는 지났다”며 “자원의 수출입 흐름과 제품적용 등과 같은 ‘동적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 교수가 말하는 물질흐름 분석 연구 또한 그가 강조한 제품의 제작·소비 과정을 살피는 LCA와 그 기본 철학은 같다. 그는 “철광석·카드뮴 등 자연자원이 천연상태에서 제품에 적용되는 흐름과 수출입 과정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천지차이”라며 “물질이 이동하는 흔적을 쫓는 것은 환경보호라는 최종 목적지에 제대로 그리고 빨리 도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전자신문, ar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