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월요일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원화는 끝없는 추락 끝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섰고 주가는 속절없이 1600선이 붕괴됐다. 외환딜러와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허탈감에 휩싸였다. 그야말로 ‘블랙먼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환율쏠림 현상이 심하다’고 구두경고했음에도 추락하는 원화에는 날개가 없다. 전 세계 모든 통화가 달러에 강세인데도 원화만은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원화 약세는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원자재 수입가 상승을 부채질해 중소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외화차입을 한 중소기업들은 부도위기에까지 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출 주력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다는 소식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에게는 악재다. ‘제2의 IMF가 올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있다.
‘경제살리기’를 선언한 이명박정부로서도 딜레마에 빠졌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자니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가 더 뛸 우려도 있다. 배를 띄우자마자 거대한 암초를 만난 격이고 이래저래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총선이다.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국면에 가려 경제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미 정치인들은 4월 총선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지금의 경제상황에는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유권자는 실물경제가 우선이지만, 정치인은 표가 우선이다. 이명박 정부는 총선보다는 경제살리기에, 정치권은 경제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이 시급하다.
권상희기자<경제과학부>@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