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과학기술 적용이 늘면서 과학기술계 인사의 국회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당별로 제18대 총선의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하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먼저 245개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한 한나라당은 과학기술계 인사가 일부 포함되기는 했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계, 누가 공천됐나=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245명 중 정통 과학기술계 인사는 보건 부문의 의사와 한의사를 포함해 총 9명으로 파악됐다. 눈길을 끄는 과기계 인사 중 한 명인 박영아 교수(송파 갑)는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국내 물리학계의 대가로 평가된다. 권기균 부대변인(동작 갑)과 구본철 텔넷웨어 회장(부평 을)은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이공계 인물로 꼽히고 있다.
과기부 장관 출신의 강창희 전 의원(대전 중구)과 정부 연구기관장 출신의 서상기(대구 북 을)·석호익(경북 고령·성주·칠곡)씨도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의학 및 한의계 출신으로는 신상진(성남 중원)·윤석용(강동 을)·정의화(부산 중동)씨 등이 있다.
정통 과기계 인사는 아니지만 과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활동을 한 의원들까지 확대하면 박진(종로)·진영(용산)·김희정(부산 연제) 의원 등 10여명이 추가된다.
◇비례대표도 기대=과기계는 지역구 공천 결과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비례대표 선정에서는 과기계를 배려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에는 총 597명이나 몰렸으며, 이 중에는 과기계 및 의학계 인사도 상당수 참여했다. 한나라당은 전체 54석의 비례대표 중 27석 확보를 기대하고 있어 30번 안에는 들어야 당선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계 인사 중에는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사장이 단연 눈길을 끈다. 배 사장은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으며 여성 후보 중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TF팀장을 맡았던 민동필 서울대 교수도 비례대표를 신청해 앞 번호에 지명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이호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정형진 전 전국과학기술인협회장, 최순자 교수, 한명수 교수 등도 과기계 출신의 비례대표 신청자다. 한편 의학계에서는 총 44명이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과기계, 여전히 목마르다=과기계는 아직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에 정식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다. 비례대표 확정과 야당의 공천 결과 등을 살펴본 뒤 의견을 밝힐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번 한나라당 공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공천이 확정되기 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를 비롯한 57개 과학기술 관련 학회 및 단체는 정치권에 이번 공천에서 지역구 및 비례대표의 10% 이상을 과학기술계 전문가로 배려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이후에도 각 정당에 협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윤호식 과총 정책연구소 팀장은 “(야당을 포함해) 공천된 분들이 모두 당선된다 하더라도 (과기계를 대변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과기계 출마자들을 위한 지지성명을 통한 지원 등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