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가 제안한 DVB-H가 유럽의 ‘모바일TV’ 기술 단일 표준으로 채택됐다. 국내 DMB 장비 업계의 세계 진출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유럽연합(EU)이 휴대폰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TV의 역내 기술 표준에 DVB-H를 선택했다고 17일(현지시각) 밝혔다.
비비안 레딩 EU 정보미디어국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유럽에서의 모바일 TV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표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이 1980년대 말 이동통신 기술표준으로 GSM 방식을 선택해 성공을 거두었던 것처럼 모바일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자체 표준을 선택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또 베이징올림픽과 유럽축구대회인 유로2008 등이 모바일TV 시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며 표준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DVB-H와 경합을 벌였던 퀄컴의 미디어플로와 우리나라 지상파DMB 등은 권고 표준에서 제외되면서 현지 이동통신사업자들은 EU가 너무 이른 조치를 내렸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영국·독일 등 일부 EU 회원국도 모바일TV 시장이 이제 막 시작단계인 점을 들며 집행위가 경합 중인 다른 기술들을 배제하는 조치를 내리기에는 너무 앞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지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럽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국내 지상파DMB 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표준이 결정된만큼 기존 시장인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재섭 픽스트리 사장은 “유럽 진출 기대감이 큰 국내 장비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면서 장비 업계의 타격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활성화를 위해 단일 표준을 결정했지만 강제 표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서 “DMB기술은 TV뿐 아니라 디지털 라디오 방송에 활용될 수 있는만큼 장비 업계는 유럽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연·황지혜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