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특집]대학도 수익성 확보 나섰다

 더 이상 대학이 상아탑으로만 머무를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과거 연구개발과 우수 인력 양성만이 요구되던 대학이 이제는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지주회사를 설립해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통해 법적·제도적 환경을 이끌어냈다.

 2003년 제정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각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독립법인으로 설치해 대내외적인 산학협력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이 법률 제정 이전까지 산학협력은 대학이나 연구소가 산업체로부터 연구비를 수주받아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형태가 지배적이었으나, 이후에는 산·학 연관이 각각 주체가 돼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인력양성, 기술이전·사업화, 기술자문, 창업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최근 산학협력의 흐름은 단순한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이를 기업체에 이전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특히 대학들은 지난 2004년부터 설립된 산학협력단 주체로 잇따라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형태다.

 대학의 수익사업 의지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움직임은 잇따른 지주회사 설립이다. 지난달 대학 내에 자본금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하는 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각 대학이 지주회사 설립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대학 기술 지주회사 설립의 첫 삽을 뜬 것은 서강대학교. 기업 경영인 출신인 손병두 총장이 이끄는 서강대는 기술개발과 교육, 금융까지 연결한 클러스터 ‘씨앗(SIAT:Sogang Institutes of Advanced Technology)’을 공식 출범시키며 대학 기술지주회사 시대를 활짝 열였다. 우리나라 벤처기업 열풍을 주도했던 서강대 출신 장흥순 전 벤처기업협회장을 초대 원장으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씨앗’의 특징은 대학과 기업뿐 아니라 투자회사인 ‘알바트로스 인베스트먼트’를 연계시켜 금융권까지 클러스터 안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뒤를 이어 다음달 서울대가 ‘SNU홀딩스’ 설립을 준비 중인 것을 비롯, KAIST·고려대 등이 기술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텍은 이르면 연내에 유전자 정보분석 기술을 확보한 ‘NBS포스텍’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연세대 역시 서강대와 유사한 지주회사 설립을 검토 중이며, 경희대는 지난해 ‘기술 지주회사설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설립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관영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장은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설치해 기술이전 등 수익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자립화 단계는 아니다”면서 “앞으로 대학이 갖고 있는 역량을 기반으로 직접 찾아다니며 사업을 추진하는 적극적인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중점을 두는 또 하나의 분야가 기술이전과 특허 출원 및 등록이다. 기술이전은 대학이 연구개발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업체에 이전해 사업화를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옛 교육인적자원부와 산업자원부) 등이 2006년터 2010년까지 5년간 약 60억원을 들여 대학의 기술이전 및 특허출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주는 ‘커넥트코리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커넥트코리아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18개 대학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실적을 살펴보면 기술이전 건수는 2003년 120건에서 2005년 467건, 2007년 507건으로 크게 늘었다. 기술이전 수입료는 2003년 12억원 규모에서 2007년 118억원으로 4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했다. 특허출원 건수도 2003년 1507건에서 2007년 5321건으로 4년간 253% 늘었다. 특허등록 건수 역시 2003년 795건에서 2007년 2915건으로 266%나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대학들이 자체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운영하는 학교기업도 대학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수단 중 하나다. 학교기업은 특정 학과 또는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교 내에 기업적인 환경을 꾸며놓고 학생들이 물품의 제조, 판매, 수선가공 또는 용역을 제공하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직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 기술 및 태도 등을 습득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직까지 경희대와 일부 지방대학을 제외하면 크게 수익을 내는 사례는 많지 않은 형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정부가 학교기업 지원제도를 마련, 2004년부터 지원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