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에 입주한 PC 조립과 주변기기 업체들이 원자재값과 원·달러 환율 폭등과 가격 경쟁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제 원자재값이 폭등하고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를 넘어서면서 PC를 비롯한 각종 조립 제품용 부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데도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선뜻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몇몇 업체는 일부 제품 값을 올리려 하지만 소비자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떨치지 못한다. 용산에서 유통되는 대다수의 PC 부품은 중국이나 대만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이다.
◇PC케이스 직격탄=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PC케이스 업계다. SECC 스틸 등 원재료의 대부분을 철판이 차지한다. 최근 몇 개월 새 치솟은 철강재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PC케이스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최근 인상률을 모두 반영하면 적어도 20%까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PC케이스 유통업체인 에이원아이엔씨 석의훈 팀장은 “중국 공급업체의 가격 인상 압박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며 “시장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대한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어본PC 수입원인 디지털파이오스의 이영진 경영지원팀장은 “최근 들여온 제품이 아직 남아 있어 당장은 괜찮지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제품 대금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우리같은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화 땐 인상 불가피=메인보드·그래픽카드·외장HDD 등 PC 부품도 환율과 중국 내 임금·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고 있다.
메인보드를 수입하는 제이씨현시스템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메인보드의 수입원가가 5∼6% 이상 올랐다”며 “아직 재고 물량이 있어 원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면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스피커·마우스·헤드세트 등 PC 주변기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브리츠인터내셔널 정재훈 부장은 “인상 요인을 100% 반영하면 소비자 부담이 예상돼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다”며 “하지만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이 계속된다면 추가적인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원가 급상승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고량까지 줄이고 있다. 준비해온 마케팅 프로모션도 잇달아 취소했다. 입점 상인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적인 용산시장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선인상가에서 스피커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그렇지 않아도 갈수록 줄어드는 조립PC 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하루빨리 환율과 원자재값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