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여개의 초·중·고등학교 홈페이지가 자칫 불법 저작물의 온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1년간 유예돼 오는 6월 29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교육기관의 ‘복제방지조치’ 시스템 구축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복제방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누구든 홈페이지에 저작물을 불법적으로 업로드하거나 배포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9일 개정 저작권법에 명시된 ‘전송하는 저작물을 수업받는 자 외에는 복제할 수 없도록 하는 복제방지조치(시행령 제 9조)’의 내용을 완화해 줄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지난달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복제방지조치를 의미하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가 △기술 표준화가 안 된데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며 △일반 온라인서비스 사업자(OSP)와 비교해 교육기관에 대한 잣대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법 개정은 불가하다’는 방침이어서, 6월 말까지 교과부가 복제방지조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학교 홈페이지에 저작물을 ‘전송’한 교사나 학생들이 자칫 범법자로 몰릴 우려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교과부에 따르면 실질적인 복제방지 기술인 ‘DRM’은 제품 간 호환성이 없어 16개 시·도 교육청 간 교육 콘텐츠 교류를 위해서는 전국 1만여개 학교에 같은 회사 제품을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특정 회사에 기술적·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설치 후에도 유지보수를 위해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독점 기업의 특성상 높은 비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각 시·도 교육청 단위로 구축하면 예산이 1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교과부는 보고 있다.
전우홍 교과부 이러닝지원과장은 “DRM의 기술적 한계와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복제방지조치’ 대신 ‘기술적 조치’로 시행령 문구를 수정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며 “일반 OSP는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시행령 46조)’를 취하도록 돼 있는 데 비해 교육기관에는 ‘복제방지조치’로 엄격히 적용해 형평성 문제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수업목적상 ‘전송’이 허용돼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우리나라는 이것이 허용되는 ‘특혜’를 받은 것이므로 복제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신은향 문화관광체육부 서기관은 “예산이 많이 들어 문제가 된다면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야지 예산이 없다고 법을 개정해 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이와 함께 ‘학교’로만 제한돼 있는 ‘수업목적상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교과부나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등으로 확대해 줄 것도 함께 요구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