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 "멈춘 라인서도 희망 꿈꾼다"

 우영 직원들은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충분히 재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언제든지 생산라인을 가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창동 본사 직원들이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우영 직원들은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충분히 재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언제든지 생산라인을 가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창동 본사 직원들이 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마치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입니다.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야 할 라인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끊임없이 드나드는 방문객들, 여기저기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마치 거대한 생명체처럼 느껴졌던 공장이 지금은 너무나 조용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부도를 맞은 우영의 문영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안타까운 심정이 절절이 배어있는 편지를 본지에 보내왔다. 고락을 함께한 회사가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로 문을 닫자 직원들은 한때 공황상태에 빠졌다. 문 위원장을 비롯한 1500여명의 식구들은 ‘쇠쟁이’로 묵묵히 현장을 지켜왔을뿐, 지난 몇 달간 임금 체불로 흉흉한 소식이 들려도 열심히 땀만 흘렸기 때문이다. “잘하지도 못하는 술로 마음을 달래보려 했지만 가족의 얼굴을 떠오르니 그들의 남은 희망마저 앗아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서고자 근로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업장을 떠났던 직원들이 일주일도 안 돼 하나 둘 복귀했다. 지난주부터 날마다 공장 기계를 시운전하며 회생의 각오를 다진다고 했다. 다행히 희망의 씨앗은 남았다. 법정관리 신청과 더불어 인수합병(M&A)을 희망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기존 거래처인 삼성전자 외에 대만의 LCD 패널업체와도 LED 백라이트유닛(BLU)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고 전했다. 유일한 타개책은 비상운용 자금을 긴급히 수혈하는 일이다. “벌써부터 해외에서 우영 기술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기술자들이 나가면 지난 30년간 쌓아온 기술경쟁력도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나서지만 문 위원장과 직원들에게는 먼 얘기로 들린다. 정작 살릴 수 있는 기업을 외면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영에 대한 직원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창업 이래 30년 가까이 서울 도봉구 창동 지역에 본사와 공장을 둔 이른바 서울 ‘토착기업’이기 때문이다. 요즘 제조업체로는 찾아보기 드물게 지역 주민이 곧 회사 식구들이다.

 “다시 뛸 준비를 마쳤습니다. 실탄만 있다면 또 한번 일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일할 생각입니다.” 문 위원장이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정부, 지자체 등 각계 요로에 관심을 촉구하며 다짐하는 각오다.

◆우영 직원들의 하루

 300명 가까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예전처럼 매일 아침 서울 창동 본사와 경기도 평택 공장에 출근한다. 오전 내내 공장의 기계를 시운전해보며 이상유무를 점검한다. 생산라인의 먼지·이물질 청소작업도 빼놓지 않는다. 자재 구입대금을 마련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라인을 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오후에도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1500여명의 근로자 가운데 팀장급과 비대위 소속 직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휴직 상태. 이들에게 회사의 사정을 수시로 알리고 자금지원만 되면 언제든지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핫라인’을 구축하는 일은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직원들 스스로 다시 뭉쳐보자는 재기의 의지로 평택 공장 근로자들은 최근 다음 카페(cafe.daum.net/onceagainwy)도 개설했다. 비록 한순간 직장을 잃어버린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힘을 북돋우려는 열기로 따뜻하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