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9)실태 및 점검-e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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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러닝 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콘텐츠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한 저작권 논의도 수면에 오르고 있다. e러닝 콘텐츠를 P2P·웹하드를 통해 불법 공유하는 등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콘텐츠를 만들 때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도처에 깔려 있다.

 한국학술정보원 측은 “멀티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면서 영상·오디오 등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다 보니 각종 분야에서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크지만 사용과 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e러닝 분야는 외부 저작물을 인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음에도 교육 정보를 제공한다는 공익적인 성격이 커 그동안 e러닝 분야에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조치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하지만 e러닝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실질적인 수익과 연결되는 저작권 소유에 대한 분쟁은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e러닝 분야에서 저작권 침해는 주로 ‘교육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표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오해하는 데서 발생한다. 교육 목적으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기관은 초·중·고교, 대학교, 교육연수원 등인데 이를 사설학원까지 확대 해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학원에서 영화·미국드라마(미드) 등을 활용한 동영상 강좌를 제공할 때, 저작권자인 영화사나 드라마 제작사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인용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저작권 침해다.

 실제로 국내 유명 어학원이 제공하는 동영상 강좌에 쓰이는 영화·미드의 대다수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것이다. 해외직배사들은 “저작권자와 협의를 거치면 서비스할 방법이 있는데도 불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근절돼야 한다”며 어학원이 협의하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교육기관이라 할지라도 원격교육을 할 때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 수업을 받는 자 외에는 해당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접근제한조치를 해야 한다. 올 7월 1일부터는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받는 자 외에 해당 콘텐츠를 복제할 수 없도록 하는 복제방지조치도 의무화된다. 또 교육기관의 교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타인의 저작물을 올려놓는 것 역시 저작권법을 위반할 개연성이 있다. 교사의 블로그 운영은 수업목적으로 보기는 어렵고 원격교육 시 의무화된 위와 같은 기술적 조치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규모가 큰 e러닝 업체나 공공기관에서 특정 콘텐츠 제작을 외주 위탁해 개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 분야에서 저작권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외주 업체에 위탁해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외주 개발사에 속하게 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은 완성한 콘텐츠를 납품받았다고 해서 저작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계약 시에 저작권 양도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돈을 주고 콘텐츠를 납품받았다 해도 이를 이용해 2차 저작물을 제작하는 등에서 제한이 발생한다.

 학원 등에서 강사들이 직접 제작한 e러닝 교재의 저작권이 어디에 귀속되는지도 문제다. 저작권법은 업무상의 저작물은 특별한 내부 규정이 없는 한 해당 기관이 저작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명 스타 강사가 다른 e러닝 업체로 옮기게 되더라도 자신이 창작한 교재 등의 저작물은 기존의 업체가 갖게 셈이다.

 KERIS 측은 “저작권 양도를 희망할 때는 그 사항도 계약서 상에 명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호한 약관, 저작권 침해 소지 있어

 현재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위해 마련한 이용약관에도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원장 황대준)은 최근 발간한 ‘교육 정보를 활용한 저작권’에서 “각 교육기관 온라인 서비스 약관 중 저작권 표기, 이용허락 범위 등이 모호해 저작권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기존의 약관에서 ‘게시자의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는 이용 허락을 하는 주체가 저작권자임을 간과한 내용이어서 저작권법에 저촉될 수 있다. 게시자와 저작권자가 동일하지 않다면 게시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는다고 해서 저작권자와 협의가 된 것이 아니므로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또, 교육기관 역시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 해당할 가능성 크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한 콘텐츠에 대해 복제·전송을 중단할 의무가 있는데 약관에 이런 내용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OSP는 유통되는 콘텐츠가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을 안 즉시 복제·전송을 중단하고, 저작권자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

 이 외에도 게재권·공표권 등에 관한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않아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KERIS는 저작권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새로운 이용약관을 제시하고 교육관련 공공 기관이 이를 반영해 약관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불법이용, e러닝에서도 심각

#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K씨, 학원을 등록하려고 보니 수강비용이 너무 비싸다. 친구가 귀띔한다. “OO웹하드 가봐. 다 있어.” 웹하드 검색창에 ‘공무원’이라고 적어 넣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학원 공무원시험 강의 자료가 쏟아졌다. 잠시 죄책감도 들었지만 이내 ‘다운로드’ 버튼을 누른다.

 e러닝은 스타 강사 양성과 교육기회 확대라는 긍정적인 결과 외에 ‘불법 이용’이라는 어두운 면을 함께 불러왔다. 디지털콘텐츠의 특성상 동영상 강의의 원본 파일이 일단 추출되면 웹하드나 P2P 등에서 무한공유된다. 음악이나 영화처럼 광범위하게 침해되지는 않지만 제작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는 교육 콘텐츠의 특성상 건당 피해액이 크다. 특히 콘텐츠를 무단 이용자들이 학생이나 각종 시험 준비생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아이디 공유는 e러닝만의 독특한 피해사례다. 여러 명이 팀을 짜서 수강료를 분담한다. 수강자가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나머지 기간에 수강할 수 있는 아이디를 헐값에 되파는 행위도 이뤄진다.

 업계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인 온라인교육서비스 시장에서 불법이용으로 인한 피해액이 전체 매출의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끊임없이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교육용 콘텐츠 산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위기를 느낀 업계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비타에듀는 지난해 이례적으로 14명의 사용자를 콘텐츠 불법 이용 혐의로 무더기 고소했다. 불법 이용자를 회원 스스로 적발해 신고하면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사이버 패트롤’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상당수가 청소년이어서 무차별적인 단속에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디 공유 방지를 위해 이용 컴퓨터를 2∼3대로 한정하거나 접속장소를 제한하는 등 기술적 조치 역시 선량한 이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어 업계의 고민만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