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0만명이 전신마취를 받는다. 그중 3만명은 마취에 실패, 의식이 깨어 있는 채 수술을 받는다.’
지난해 9월 26일 외신은 호주 캔버라 병원 의료진이 부분 마취 상태에서 뇌 질환자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두개골을 절제해야 할 만큼 큰 수술이었지만 수술 위치가 안구 뒤쪽이어서 시신경 손상을 우려한 의료진이 환자 의식을 살린 상태에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중 의료진은 환자에게 틈틈이 단어와 숫자가 적힌 카드를 읽어보라고 했고 다행히 시신경 손상 없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마취 중 각성이라는 소재로 인간이 가진 증오와 복수를 끌어내는 두 영화가 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어웨이크(조비 헤롤드 감독, 헤이든 크리스텐슨, 제시카 알바 주연)’와 지난해 여름 한국을 달궜던 영화 리턴(이규만 감독, 김명민, 김태우 주연)이 그것. 이 두 작품은 환자가 수술 도중 의식이 깨어나 수술 중의 모든 고통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끔찍하지만 현실적인 소재에서 출발한다.
◇외상 후 증후군은 공통점=심장을 이식받아야만 살 수 있는 백만장자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 어머니가 반대하는 여인 샘(제사카 알바)과 결혼을 감행하고, 친구 ‘잭’에게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을 것을 결심한다. 어머니 몰래 결혼식을 끝낸 저녁. 심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 그는 수술 도중 ‘마취 중 각성’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모든 신경과 의식이 깨어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자신들 둘러싼 놀랄 만한 음모를 알게 된다.
마취 중 각성이라는 소재는 어웨이크와 리턴을 묶은 가장 강한 매듭이다. 리턴은 각성으로 인해 겪는 주인공의 외상 후 증후군(PTSD)로 다룬다는 점에서 어웨이크와 그 궤적을 같이한다. 열 살 상우(김태우)가 수술 중 느낀 각성으로 인해 잔인한 본성을 드러낸다는 리턴의 소재는 각성으로 꼬였던 과거가 재구성되는 어웨이크의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외상 전 증후군, 문제는 과거=두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결별 수순을 밟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리턴이 한 개인의 다른 사람에 대한 과거의 복수를 다루고 있다면 어웨이크는 마취 중 각성을 겪는 주인공의 미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웨이크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주인공 클레이를 둘러싼 음모다.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재구성되는 과거와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혼란스러워지는 현재는 극적 음모의 중심축이다. 클레이는 마취 중 각성을 통해 피아가 뒤바뀌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샘이 돈을 위해 자신을 죽이려 메스를 드는 상황을 목도한 것이다. 적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기꺼이 바친다.
반면에 리턴은 과거의 복수를 주된 테마로 끌고 나온다. 리턴은 과거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으며 그 이기심이 한 인간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 사랑받던 나상우. 수술 중 마취에서 깨어나 고스란히 고통을 체험하는 탓에 어린 그는 살인마가 됐고, 서희진은 죽음에 이르러야 했다. 잘못된 과거로 인한 그의 복수는 모든 사람들의 미래를 파멸로 이끌 만큼 막강하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